美 플로리다 "14세 미만 SNS 사용 전면 금지"
2024-03-26 14:10
14·15세는 부모나 보호자 동의 필요
13세 미만 연령 제한에도 8~12세 어린이 SNS 사용 증가
'표현의 자유' 변수…시행은 미지수
13세 미만 연령 제한에도 8~12세 어린이 SNS 사용 증가
'표현의 자유' 변수…시행은 미지수
미국 플로리다주가 만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원천 차단한다. 14세 및 15세는 부모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5일(현지시간) “하루 종일 기기에 파묻혀 있는 것은 성장에 좋지 않다. 좋은 교육이 아니다”라며 아동 및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HB3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SNS 회사들은 14세 미만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존 SNS 계정을 폐쇄해야 한다. 계정의 모든 정보 역시 삭제된다. 계정 소유자가 계정 삭제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90일이다.
14세 및 15세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가 있는 경우 SNS 계정을 보유할 수 있으나, 부모나 보호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기존 계정은 무조건 삭제된다. 계정 생성 역시 불가능하다.
이 법은 사용을 금지하는 특정 플랫폼을 명시하진 않았다. 규제는 16세 미만의 일일 활성 사용자 가운데 10% 이상이 하루 평균 2시간을 사용하는 플랫폼 또는 강박적인 시청을 초래하는 자동 재생 영상 등에 의존하는 SNS 플랫폼 등이 대상이다.
현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주요 SNS 플랫폼은 13세 미만 연령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부모의 동의 없이 아동의 개인 정보 수집을 막는 1998년 ‘미국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에 따른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자해, 폭력, 섭식장애 관련 영상과 게시물을 포함한 유해 콘텐츠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자동을 제한하는 등의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비영리 연구 단체 커먼센스 미디어가 2022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3세 미만 연령 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8~12세 어린이의 SNS 사용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잦은 SNS 사용이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비롯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괴롭힘 등이 늘어나는 점도 미성년자의 SNS 사용 금지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칸소, 캘리포니아, 루이지애나, 오하이오, 유타를 포함한 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전면 금지를 내세운 플로리다주의 법안이 강도가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법안은 다른 주의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 침해’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연방 판사들은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아칸소와 오하이오주의 등의 유사한 법안 시행을 잠정 중단시킨 바 있다. 메타 플랫폼, 틱톡, 스냅 등을 회원으로 둔 이익단체 넷초이스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련 법안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는 점도 변수다. 전미주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30개 주에서 이 문제에 관한 140개 이상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정부 역시 SNS가 반체제 콘텐츠의 유통 통로가 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온라인 콘텐츠 검열에 연간 66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인의 46%가 틱톡의 중국판인 더우인 등에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0년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4개월간 더우인에서 인기를 끈 영상 가운데 절반 이상(57%)은 정부 또는 정당 관련 조직에서 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