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예산안 지침] 오락가락 R&D 예산, 칼질 뒤 '총선' 앞두고 증액 예고

2024-03-26 11:00
올해 전체 R&D 예산 14.7%↓…과학계 반발 커지고 야당 공세
중기계획상 내년 R&D 예산 6.6% 확대…추가 증가 이뤄질까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 부문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과학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총선 국면을 앞두고 정치쟁점화 가능성이 커지자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예산안 편성지침은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R&D 분야다. 올해 R&D 예산은 전년(31조1000억원) 대비 14.7%(4조6000억원) 줄어든 26조5000억원이 편성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마저도 당초 정부안보다 6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R&D 예산 삭감 기조를 바꾸지는 못했다.

정부는 R&D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한 만큼 비효율적이고 낭비성이 있는 부분을 정비해야 했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R&D 예산 삭감에 대해 "한 번은 R&D 예산을 구조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면서 "제대로 된 곳에 혁신적인 R&D를 늘리자는 정신으로 재조정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과학계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그간 '내년 예산에서 R&D 부분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윤 대통령도 지난 1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만들 때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틈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파고 들었다.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당정책을 살펴보면 국가 R&D 예산을 국가예산의 5% 수준으로 확보해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 예산 총지출액이 656조6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32조8000억원 수준의 R&D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당초 예산보다 6조원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야당 공약을 염두에 두고 정부도 내년도 예산안에 R&D 투자 확대를 밝힌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당초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내년도 R&D 예산을 정부안보다 6.6% 증가한 27조6000억원 배분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를 R&D 투자 시스템의 획기적 전환을 전제로 혁신·도전형 R&D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기초·원천 연구와 차세대 분야 선도기술 확보를 중심으로 R&D 투자를 확대한다. 미래 전략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가운데 대규모 혁신·도전형 전략프로젝트 사업 발굴 등을 통한 R&D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협력 확대와 내실화를 통해 해외 우수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고 신진연구자·첨단장비를 통한 연구환경도 조성한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규모와 질적인 성장, 변화를 함께 고려해 정책적 분야에서 R&D가 확대될 여지는 충분하다"며 "총지출 증가율이 얼마나 될지 재정전략회의를 거친 뒤 예산 편성 단계에 들어서야 대외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