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서 인증과 다른 제품 판매…法 "제조업체 인증 취소 정당"

2024-03-24 14:51
오물분쇄기 제조사 제기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
"대리점 임의 변형 보기 어려워…인지 가능성"

서울 서초구에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전경 2023.06.1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 산하 기관에서 인증받은 내용과 다르게 개조된 제품이 대리점에서 판매되다 적발됐다면 제조업체 책임에 해당하므로 제품 인증을 취소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제조·판매업체 A사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상대로 낸 인증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물기술인증원에서 인증받은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대리점을 통해 판매·설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중 인증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는 물기술인증원 모니터 요원들이 직접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해 검증하는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리점이 인증받은 것과 다르게 개조된 제품을 판매·설치해 온 사실이 확인된 것에 따른 조처였다.

이에 A사는 "판매 대리점들이 임의로 제품을 개·변조했을 뿐 인증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조·변형하지 않았다"며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판매 대리점이 독립된 사업자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품 변조 행위가 원고 측 영역과 책임 내에서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품 변형을 하지 않을 의무가 있는 원고가 제3자를 통해 사업 운영 편의성이나 비용 절감 등 이익을 얻었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며 "원고에게 법령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사와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대리점이 계약 위반에 따른 민사 책임, 하수도법 위반에 따른 형사상 책임을 부담하면서까지 임의로 제품을 변형했다고 보기 어렵고, A사가 위반 행위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가 하수도로 유입되면 수질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어 오물분쇄기 사용은 인증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인증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품을 제조·변형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