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푸틴 5선] '테러 배후 자처' ISIS-K는 누구?

2024-03-24 16:34
아프간·파키스탄 중심으로 활동하는 ISIS 지부
올해 초 이란 테러, 2021년 카불 공항 테러도 자신들 소행 주장
푸틴의 시리아 내전 및 이슬람 정책 반감 높다는 분석

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테러로 무너져 내린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시 크로커스 시티홀.[사진=타스통신·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의 배후라고 자처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IS)의 호라산 지부(ISIS-K)에 국제 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테러가 발생한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ISIS는 산하 언론 매체 아마크(Amaq)를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시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공격을 가해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이달 초 ISIS의 러시아 테러 가능성을 예측했던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테러 세력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ISIS의 호라산 지부인 ISIS-K인 것으로 전해졌다. ISIS 산하 지부들 중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ISIS-K는 러시아, 중동 등지에서 테러를 자행해 온 가운데 유엔과 미국 등 세계 여러 국가가 테러 조직으로 지목한 조직이다.

이들은 올해 1월 초 이란 솔레이마니 장군 추도식에서 100명 가까이 사망한 폭탄 테러 2건과 2021년 8월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철수를 준비하는 미군 13명이 숨진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2년 9월에는 카불에 있는 주아프가니스탄 러시아 대사관에 자살 공격을 감행해 8명이 사망한 사고 역시 자신들 소행이라고 밝혔다.

2014년 설립된 ISIS는 2015년께 시리아와 이라크 내 상당 지역을 차지했으나 이후 미국 주도 연합군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군사 작전에 밀려 입지가 위축된 가운데 2019년에는 수장까지 사살돼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지로 퍼져 나가 지부 중심으로 조직을 갖추게 된다. 이 와중에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ISIS-K는 점차 ISIS의 중심 세력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ISIS-K는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러시아를 주요 표적으로 삼아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2015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에서 반 ISIS 성향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한 것에 앙심을 품고 러시아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테러를 가하고 있다. 더욱이 ISIS-K 조직원 중 이슬람 배경인 중앙아시아계 출신들도 상당수 있어 무슬림 탄압 정책을 펼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감 역시 테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수판 센터의 콜린 클라크 선임 연구원은 "ISIS-K는 지난 2년간 푸틴의 정책을 비난하며 러시아에 집착하다시피 해왔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ISIS가 이전에도 자신들과 무관한 테러를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 테러 역시 ISIS-K 소행으로 100%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