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림 반도는 러시아의 자존심"…전쟁 장기화 가능성
2024-03-19 16:57
크림 반도 강제 합병 10주년 자축 행사 개최
우크라이나의 영토 반환 요청 거부
푸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에 '예민'
우크라이나의 영토 반환 요청 거부
푸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에 '예민'
5연임에 성공하며 30년 집권을 확정 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빼앗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우크라이나명 크름반도)를 '러시아의 자존심'이라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요구하는 강제 병합 영토에 대한 반환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18일(이하 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자축 행사에 참석해 "크림이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선 연단 중앙에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크림반도를 빼앗아 강제 병합한 지 10년째 되는 것을 알리기 위해 '러시아: 고향에서 10년'이라는 단어가 조명으로 크게 표시됐고, 그 좌우에는 '크림' '세바스토폴'이라는 단어가 배치되어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변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로스토프 나도누에서 러시아가 빼앗아 강제 병합한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을 잇는 철도가 복구된 가운데 곧 크림반도 최대 도시이자 러시아 흑해 함대 본부가 위치한 크림반도 남단 세바스토폴까지 철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2022년 제시한 평화 협상 조건 중 하나인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전 영토 회복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는 선언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가 친러 정권에서 친서방 정권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 보호를 명목으로 지역 친러 세력을 앞세워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고, 이는 2014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돈바스 전쟁과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대선 승리로 힘을 받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과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 국가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가능성을 언급하자 푸틴 대통령은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전면전 또는 핵전쟁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핵전쟁 가능성을 세 번씩이나 언급하는 등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평화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적(우크라이나)이 포탄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가리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평화를 바라고 있다. 다만 자기가 원하는 조건에서만 그렇다"고 평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과거에 그랬던 바와 같이 푸틴 대통령이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새로운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운 군사 동원령 등 러시아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들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