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으로 경제 살리기… 中간쑤성 소도시의 도전

2024-03-18 14:01
인구 300만명 소도시 톈수이 마라탕 인기몰이
'마라탕 경제' 효과에...'마라탕 테마주' 떴다
마라탕 한 그릇···지역경제 발전 '효자' 될까

간쑤성 톈수이 마라탕. [사진=웨이보]

"톈수이 마라탕의 폭발적 인기는 도시 지명도 확대에 아주 중요한 기회이자, 우리의 서비스 수준을 시험할 실전이다. 시 전체가 이 기회를 잡아 진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마라탕 한 그릇으로 톈수이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자."

16일 펑원거 간쑤성 톈수이시 당서기가 지난 16일 주재한 '톈수이 마라탕 서비스 보장 업무 추진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같은 날 후창성 간쑤성 당서기까지 직접 나서서 간쑤성 관광 마케팅을 강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향상해 간쑤의 양호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다. 

최근 톈수이 마라탕이 중국 핫이슈로 떠오르면서다. 최근 중국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간쑤 마라탕 관련 영상 조회수가 이미 10억회를 돌파할 정도다. 산둥성 쯔보 꼬치구이,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등제 축제 열풍에 이어 최근엔 간쑤성 톈수이 마라탕을 먹으러 전국 각지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인구 300만명의 간쑤성 소도시 톈수이의 마라탕이 현지 지역경제 성장 ‘효자’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대륙을 홀린 '톈수이 마라탕' 인기비결
중국 간쑤썽 톈수이 마라탕 가게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 지어 서있는 모습. [사진=샤오훙수]


톈수이 마라탕 인기는 지난달 춘제(음력 설) 연휴 기간 누리꾼이 톈수이에 여행 가서 마라탕을 먹는 영상을 숏폼 플랫폼에 올린 게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180만명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 

요새 톈수이 시내 마라탕 가게마다 1~2시간씩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최장 다섯 시간씩 줄을 서는 게 일상 풍경이 됐다. 간쑤성 톈수이 시내의 한 마라탕 가게 직원은 최근 매출이 평소보다 5배 넘게 뛰었다며 매일 새벽 2~3시까지 야근하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톈수이 마라탕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다. 손님이 식자재 코너에서 꼬치에 꽂아진 감자· 연근·두부·야채·버섯 등을 고르면, 요리사가 커다란 냄비에 넣고 끓인다. 그리고 나선 식자재를 철제 대야에 담아 마늘즙, 화자오(산초), 땅콩소스 등을 뿌리고 고추기름 소스를 얹은 후 대파·고수 등을 고명으로 올리는 것이다.

쓰촨 마라탕이나 둥베이(동북) 마라탕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기 비결은 '마라탕 소스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고추에 있다고 중국 신재부잡지는 보도했다.

톈수이시 간구현은 '중국 고추의 고향'으로 400년 넘는 고추 재배 역사를 자랑한다. 명·청 시대 황제 진상품으로도 올려진 간구현 고추는 풍부한 향과 매콤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일품으로 알려졌다. 특히 간 고추로 만든 유파라쯔(油泼辣子, 일종의 고추기름)는 중독성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톈수이 현지에서 생산한 감자·버섯·야채, 쫄깃쫄깃한 감자전분 면발, 무형문화재에 등록된 공예법으로 만든 식초까지, 오롯이 현지 식자재로 만든 마라탕 한 그릇에서 간쑤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마라탕 경제' 효과...'마라탕 테마주' 폭등
 
중국 톈수이 마라탕 가게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 지어 서있는 모습. [사진=샤오훙수]

실제로 중국 음식 배달앱 메이퇀에서는 3월 들어 톈수이 지역 마라탕 식당 예약량이 전달보다 140% 늘었다. 중국 음식점 리뷰앱인 다중뎬핑에서 톈수이 마라탕 검색량은 전주보다 13배 급증했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징둥에서도 간구 고추, 톈수이 마라탕 소스 판매량은 전월 대비 10배씩 급증했다고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보도했다.

마라탕을 먹으러 톈수이를 찾는 전국 각지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 시트립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2월 12일~3월 12일) 톈수이 관광상품 예약건수가 20% 늘었다. 호텔 예약량은 40% 이상, 현지 관광입장료 예약량은 5배 이상 증가했다. 관광객은 주로 1990년대, 2000년대 태어난 MZ세대다. 

심지어 중국 증시에서는 ‘톈수이 마라탕 테마주’가 뜨고 있다. 선전증시에 상장한 톈수이 현지 상장기업인 식용 버섯 생산업체 ‘중싱쥔예(眾興菌業)’가 대표적이다. 마라탕과 훠궈(중국식 샤부샤부)의 주재료로 들어가는 팽이버섯과 양송이버섯을 주력 생산하는 이 기업의 주가는 상한가 행진을 기록하며 지난 13~15일 사흘에 걸쳐 26%나 급등했다. 
 
마라탕 한 그릇···지역경제 발전 '효자' 될까
 
중국 간쑤성 톈수이 기차역 앞에 마련된 '톈수이 마라탕 전용노선' 버스. [사진=샤오훙수]

톈수이시 정부는 ‘마라탕 경제’ 열풍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기회로 보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공항·기차역마다 '마라탕 전용 버스 노선'을 새로 개설해 마라탕 가게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마라탕 미식 축제도 열고 있다.

외지인에게는 관광지 입장·숙박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저분한 시내 벽을 새로 페인트 칠하고 낡은 도로를 보수하는 등 도시 환경 미화에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품 안전·물가·서비스 단속도 강화했다.

현지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관광객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톈수이 마라탕 열풍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간쑤·쓰촨·산시(陝西) 교차점에 위치한 톈수이는 풍부한 역사 문화유산과 함께 튼튼한 산업 인프라 기반을 자랑한다.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톈수이 지역 경제 규모는 간쑤성 성도 란저우에 이어 성내 2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톈수이시 지역의 국내총생산액(GDP)은 856억7800만 위안(약 15조8000억원)으로 간쑤성 도시 중 4위로, 란저우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톈수이시는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중국 정부 목표치보다 높게 잡고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