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된 AI 인재 영입전…억대 연봉에 칩 비축은 기본

2024-03-18 18:05
인재가 곧 기술…부르는 게 '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엔지니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AI 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나자 얼마 안 되는 인재풀을 두고 세계 굴지 기업들이 영입 전쟁을 벌인 영향이다. 자본이 부족한 기업들은 인재 영입은커녕 엔비디아 칩 확보에도 뒤처지며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인재가 곧 기술···부르는 게 ‘억’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뒤늦게 AI 엔지니어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올해 초 캐나다 AI 스타트업 다윈AI를 인수하면서 수십 명에 달하는 연구원들을 애플의 AI 사업부로 흡수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달 10년 넘게 공들인 전기차 프로젝트를 폐기하면서 전기차 개발팀 인력 2000여 명을 AI 부서로 강제 이동시킨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에 온 디바이스 AI를 도입하기 위해 AI 회사 인수와 직원 채용을 조용히 진행해 왔다”며 애플이 오는 6월 열리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AI 청사진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다.
 
애플이 AI 전문인력에 제시하는 기본급은 연 30만 달러(약 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기준 애플의 채용 공고를 보면 거대언어모델(LLM) 및 생성형 AI 직군 기본급은 최대 25만6000달러(약 3억4000만원), 머신러닝아키텍트는 최대 34만6300달러(약 4억6000만원) 수준이다. 직군이나 경력에 따라 금액이 다소 다르지만 모두 '억' 소리 난다.
 
AI 엔지니어들이 기술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오픈AI에서 샘 올트먼 축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 AI 엔지니어들이 “올트먼이 복귀하지 않으면 마이크로소프트(MS)로 대거 이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축출을 주도했던 이사회는 즉각 꼬리를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 AI 엔지니어 연봉(보너스 등 포함)은 최대 80만 달러(약 10억6000만원)를 웃돈다고 짚으며 AI 엔지니어의 이직이나 사퇴는 회사에 ‘재앙’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집리크루터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아 폴락은 “AI처럼 신기술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라며 “이들 자체가 바로 제품이고 회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넷플릭스가 연봉 90만 달러에 달하는 AI 엔지니어 모집 공고를 냈다가 파업 중이던 할리우드 종사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임원급 연봉은 그 이상이다. 하이드릭&스트러글스에 따르면 AI 분야 임원급 평균 연봉은 100만 달러(약 13억4000만원)를 웃돈다.
 
미국 정부도 AI 인재 유치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요청하는 등 영입을 서두르고 있다. 백악관은 이들 인재 확보에 연간 3200만 달러(약 427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쩐의 전쟁’···거대 자본에 인재 남아나지 않아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연봉을 앞세워 AI 기술자들을 빼가면서 학계와 중소 규모 기업에는 인재가 남아나질 않는다. 중소 규모 기업들은 AI 기술 개발에 필수인 엔비디아 칩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분야 박사 학위자 중 약 70%가 민간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년 전 이 비중은 21%에 그쳤다.
 
AI 전통 강자 구글 딥마인드 역시 인재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주요 AI 스타트업들이 지난해 유럽에 지사를 개설하며 인재 유치에 서두르고 있어서다. 2010년 설립 후 2014년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는 런던에 본사가 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딥마인드는 올해 초 일부 연구원들에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이 이러니 쩐의 전쟁에서 뒤처진 기업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메타의 수석 연구원을 고용하려고 했더니 (엔비디아의)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개를 확보한 뒤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며 “이를 확보하려면 수억 달러가 들 뿐만 아니라 최소 5~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