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의대 교수들 집단사직 '동맹'···정부 "국민이 납득 못한다"

2024-03-13 16:28
19개 의대 교수, 15일 사직서 제출 여부 결정
政 '증원 1년 유예' 거절…공공병원 지원 강화
공보의·군의관들 대형병원 파견근무 시작
의협 "지역의료 공백 우려 현실화" 비판

19개 의대 교수들이 오는 15일 집단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13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방문에 앞서 전북대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반대를 요구하며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강대강 대치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집단 사직을 동맹한 의대 교수들이 정원 확대 '1년 유예'를 주장했지만, 정부가 2000명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나면 의료 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 사직을 예고한 의대 교수들을 향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 제자를 지키는 것이란 주장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들은 온라인 회의를 열어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를 구성하고,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비대위에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 등 서울의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도 대거 참여했다.

박 차관은 이를 두고 "제자들 불이익은 면허에 관한 것이지만, 환자들에겐 생명이 걸린 일"이라며 "여러분이 환자를 등지고 떠난다면 남아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국민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0명 증원을 1년 뒤 논의하자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 제안에도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의료개혁은 국민 건강을 고려하면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며 "증원을 1년 연기한다거나 규모를 축소한다 등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행 의지를 전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차관은 집단사직 등을 예고한 의대 교수들을 향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 제자를 지키는 것이란 주장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의료 공백 완화를 위한 새로운 지원책도 공개했다. 우선 13일부터 한 달간 상급종합병원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1·2차 병원으로 환자가 이동하면 지금까지 전액 환자 부담이던 구급차 이용료를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15일부터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경증·비응급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안내하는 경우 중증도를 분류하는 전담인력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막는 공공의료기관에는 올해 총 948억원 예산을 지원한다.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의료인력을 새로 채용하면 의사는 월 최대 1800만원, 간호사는 월 최대 4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종합병원은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 동네 병의원은 경증 환자 대상 예방·건강관리 기능을 각각 강화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각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응급의료 등 현장 의견을 지속 경청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비상진료대책 일환으로 이날부터 군의관과 공보의가 상급종합병원에 투입됐다. 다만 1만명이 넘는 전공의가 이탈해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엔 역부족인 데다, 공보의 차출로 의료 공백이 발생한 지역에선 주민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공보의 상당수는 인턴도 경험하지 않은 의사들로, 병원 시스템과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주 위원장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한 정부가 정작 문제가 생기니 지역 의사들을 빼다 서울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며 "우려했던 대로 지역의료 공백 문제가 곧바로 현실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