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교사, 러시아서 간첩 혐의 체포…외교부 "양국 간 소통 중"

2024-03-12 16:06
"신변 안전 확보되기 전까지 구체적 사안 언급 어려워"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한국인 선교사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부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러시아와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현직 공관에서는 해당 우리 국민의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우리 국민이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이를 위해 러시아 측과 외교 채널을 통해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며 "이번 건과 관련해서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악화한 한·러 관계에 차질이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민감해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러시아는 북한과 무기거래, 군사협력 등 밀착 행보를 보이며 한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수락해 오는 15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 이후 방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북·러 간 밀착 외교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첫 체포 사건이 발생한 만큼 이번 사안이 한·러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 국민 백모씨가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으며,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백씨가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가 '일급기밀'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0∼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