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인, 러시아서 간첩 혐의로 체포…러, 작년부터 외국인 체포 늘어

2024-03-12 10:19
해외 수감된 러시아인 석방 위한 '협상 카드'라는 분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작년부터 러시아에서는 외국인 체포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이 러시아 사법당국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백씨' 성을 가진 한국인이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후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씨는 현재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날 레포르토보 법원은 백씨의 구금 기간을 6월 15일까지 3개월간 연장했다고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사법당국 관리들은 그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금했고, 법원은 구금 형식으로 그에 대한 예방 조치를 취했다"며 "그는 조사 활동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씨는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해외 정보기관에 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백씨와 관련된 정보가 '일급 기밀(top secret)'이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0∼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당국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러시아는 지난 한 해 동안 자국 내 외국인들을 체포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ABC에 따르면 작년 3월에는 업무차 러시아를 방문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간첩 혐의로 구금됐고, 10월에는 러시아계 미국 언론인 알수 쿠르마셰바가 '외국인 에이전트 미등록'을 이유로 구금됐다가 이후 러시아 군부에 대한 '거짓 정보 유포'로 혐의가 변경됐다.

또한 지난달에는 한 독일인이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 및 구금된 데 이어 크세니아 카바나라는 이름의 미국·러시아 이중 국적 여성이 반역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이전부터 해외에서 체포된 러시아인들의 석방을 위해 자국 내 외국인을 체포해 '협상 카드'로 사용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고 ABC는 전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구금된 게르시코비치 WSJ 기자를 석방하는 대신 2019년 독일에서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복역 중인 바딤 크라시코프 전 대령의 석방을 원하는 듯한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암살자로 알려진 바딤 크라시코프는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체첸 전쟁 당시 야전 사령관이었던 젤림칸 칸고슈빌리를 총으로 살해했다.

한편 최근 러시아는 북한과 친분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은 '비우호적'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