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 후 열리는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을 올해부터 볼 수 없게 됐다. 

러우친젠(婁勤儉)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4일 정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사전 기자회견에서 "전인대 폐막식 이후 열리는 국무원 총리 기자회견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올해 총리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올해 전인대 이후 향후 몇 년간 총리 기자회견은 없다"고 못 박았다.

매년 전인대 폐막식 직후 총리가 직접 진행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은 중국 양회의 하이라이트다. 이 자리에서 총리는 2시간 넘게 내외신 기자들 질문에 답하며 중국의 그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방면에서 주요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한다. 총리 기자회견 현장은 중국 국영 CCTV 등을 통해 각지에 생방송됐다. 

1991년 당시 리펑(李鵬) 총리가 처음으로 시작한 총리 기자회견은 1993년부터 정례화하면서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지금은 고인이 된 리커창(李克強) 전 총리가 진행했다. 지난해 리창(李強) 총리는 처음으로 총리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국 경제, 대만·홍콩·마카오·민영경제·인구·농촌·식량안보·미중 관계 등에 대한 내외신 기자 질문에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총리 기자회견이 지난해를 끝으로 약 33년 만에 폐지되는 셈이다. 이는 사실상 현재 중국 내 총리의 정치적 위상이 낮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리창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복심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성장, 당서기 재임 시절 저장성 당위원회 비서장 등을 맡아 시진핑 주석의 '비서실장' 역할도 했다. 중앙행정 경험이 전무한 리창 총리가 그간의 관례를 깨고 지난해 총리로 취임하자 세간에서는 충성심 높은 그가 시 주석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꼭두각시 총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리창 총리는 지난해 3월 취임 후 전임 리커창 전 총리와 비교해  활동 반경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창 총리가 지난 1년간 해외 고위 인사나 경제계 리더를 만난 횟수가 전임 총리보다 적었다며 상대적으로 국제회의에 덜 참석했고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도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 권위가 세지면서 총리 파워와 업무 범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날 러우 대변인은 총리 기자회견을 없애는 대신 "미디어센터에서는 부장(장관) 기자회견과 '부장 인터뷰'(장관이 전인대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을 받는 방식) 횟수와 참가 인원을 늘리고, 국무원 관련 부문 주요 책임자가 외교·경제·민생 등 주제에 관해 내외신 기자 질문에 답함으로써 정책 조치와 사회적 관심 문제에 관해 깊이 있는 설명을 하도록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회는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정협 개막식을 시작으로 약 일주일간 회기에 돌입했다. 정협은 10일 폐막하며, 5일 개막하는 중국 입법기구인 전인대는 11일 폐막한다. 5일 개막식에서는 리창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리창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국무원 업무를 평가하고, 올해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올해 중점 업무를 보고한다. 올해 예산안도 전인대에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