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다가온 '초고령사회' 진입, 주택 정책도 미리 대비해야

2024-03-03 14:36

정석만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부장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4분기 0.6%대까지 추락했다. 합계출산율 하락 속도가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다고 할 정도로 빠른 변화다. 정부가 각종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민간기업까지 나서 지원금을 줘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1960년대 '덮어놓고 낳다간 거지꼴을 못 면한다'부터 1980년대 '하나 낳고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까지 몇십 년간 국가적으로 장려했던 가족계획이 반세기가 지난 현재 '국가 쇠퇴'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저출산과 함께 우리 사회가 직면한 또 다른 인구구조 변화의 고민이 초고령화다.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 국민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젊은 층이 떠난 지방의 경우 이미 다수 시·군·구가 초고령화 사회로 바뀌었다. 
 
의학 기술 등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인구 증가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노년층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도 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대비 노인 가구(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가구) 비율은 2012년 17.5%에서 2022년 24.1%로 높아졌다. 전체 가구 대비 고령자 1인 가구 비중도 같은 기간 5.9%에서 8.7%로 상승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사별 또는 이혼 등으로 노인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여러 정책이 '청년'에 주된 포커스를 맞춰 왔지만 노인 1인 가구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삶의 질 문제에서 주된 영역을 차지하는 주택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소득 감소로 인해 주거비 과부담 문제를 안고 있고,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노년층과 노인 1인 가구 증가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이에 맞춘 당국의 주택 정책 설계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국회에서 연 ‘노인가구 주거편익 향상 방안’ 세미나를 통해 노인가구 대상의 주택 공급이 총 주택 수의 0.13%, 총 노인가구의 0.4%에 불과하다며 노인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택지의 10% 이상을 노인주택용지로 공급하고, 소형 분양주택과 소형 임대주택의 5% 이상을 60세 이상 노인에게 특별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고령자복지주택 공급 확대, 서민·중산층 실버타운 확대를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등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인구와 가구 구조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자 예측 가능한 미래이기도 하다. 미래 주거 안정을 위한 넓은 시각의 주택 정책을 모색하면서 현실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세밀한 설계도 담아내야 할 때다. 주택 정책에서 청년 가구와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향후 급속도로 증가할 노년층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주거 안정을 이끌 세밀한 정책 접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