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순풍에 돛 단듯·야, 사분오열 잡음...공천 과정 희비 쌍곡선
2024-02-29 01:00
한동훈 컷오프보다 자발적 헌신·희생 유도...공천 리더십 순조
구자룡·장예찬 경선 승리...김기현·주호영·김은혜·김근식 통과
이재명 "입당도 자유, 탈당도 자유"...거듭된 공천논란에 일축
성북을 등 5곳 전략지역구로...5선 안민석·변재일 컷오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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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총선 후보자 공천 작업을 큰 잡음 없이 진행하면서 총선 승리 기대감이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에 야권 분열까지 겹치며 총선 패배의 그림자가 벌써부터 진하게 드리워진 모습이다.
한동훈 불출마 VS 이재명 방탄출마
28일 국민의힘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후보 공천을 절반 가량 마쳐 반환점을 돌았다. 당초 공천 과정에서 상당한 당내 갈등이 분출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일단 현역 의원 중심의 공천이 속속 이뤄지면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잡음은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 리더십'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제적으로 '불출마'를 공식화하고,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공천배제(컷오프)보다는 의원들의 헌신과 희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공천 정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공천룰에 따라 현역 의원들에게 경선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는 '험지'에 도전하는 방식을 유도해 당내 잡음을 최대한 누르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국민의힘 현역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현역 의원은 총 9명에 달한다.
한 위원장은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최대한 활용해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대한 쌍끌이 지원에 나설 수 있다. 공직선거법 88조에 따라 후보자 신분이 아닌 한 위원장은 별다른 제약 없이 위성정당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선거운동 지원은 물론 당내 리더십 발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의힘이 대선주자급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자객공천'하면서 지역구 수성부터 힘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이날 5개 지역의 전략지역구도 발표했다. 기동민(서울성북을)·안민석(경기오산)·이장섭(충북청주서원)·변재일(충북청주청원) 의원의 지역구다. 그러나 불법 금품 수수 혐의로 재판 받는 '비명(비이재명)' 기 의원과 비슷한 혐의로 재판 중인 '친명(친이재명)' 이수진 비례 의원에겐 경선 기회가 주어졌다. 또 다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특히 노웅래 의원(마포갑)을 비롯해 기 의원까지 '사법리스크' 문제 등을 이유로 사실상 컷오프된 상황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등 다양한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가 출마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즉답을 피했고,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공천 VS '친명계' 하명공천
국민의힘은 이날 영남권 등에 대한 2차 경선지역을 발표했다. 현역 의원들의 생환율은 여전히 높았지만, 부산 수영구에서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전봉민 의원을 경선에서 눌렀고, 서울 양천갑에서는 구자룡 비상대책위원이 현역 조수진 전 최고위원에 승리하는 등 지역구 현역 의원 탈락자가 나왔다.
'초 강세지역'인 영남권과 강남 일부 지역구에 대한 공천이 뇌관으로 남아있지만, 국민의힘 공관위의 공천은 나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항의 원인 중 하나는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시스템 공천'이다. 현역의원 하위 10% 공천 배제, 동일 지역구 3선 페널티 등을 적용했고, 3선 이상 의원들이 하위 평가를 받으면 최대 35%의 감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험지의 경우에는 당원 20%, 일반국민 여론조사 80% 방식으로 경선을 진행하고 공천심사에서 현역 의원과 직전 당협위원장의 당무감사 점수는 절대평가를, 정치 신인 등에는 상대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이와 관련해 장동혁 사무총장은 "잡음 없는 공천은 우파 정당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라며 "그 자체가 감동이다. 그리고 승리라는 결과로 감동을 드리겠다"며 자평했다.
다만 지난 1차 경선 발표에서 최대 35% 감점을 받은 현역 다선 의원이 본선에 진출한 사례가 나오는 등 여전히 현역에게 상당히 유리한 경선이라는 평가도 있다. 인적 쇄신 폭 확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민주당은 4년 전 총선에서 먼저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지만, 계속되는 공천 잡음으로 '친명(친이재명)계' 하명 공천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정성평가' 강화 등 시스템 자체를 친명계에 유리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는 '공천 뇌관'으로 꼽혔던 임종석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공천 배제 결정을 너무 늦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내 중진 의원은 "임종석 공천 문제를 빨리 결정했어야 됐다"며 "너무 오래 끌어 뇌관이 됐고, 결국 논란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여기에 친명계 중심인 당 지도부의 단수 공천이 너무나 빨리 이뤄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청래(서울마포을)·서영교(서울중랑갑)·김영진(경기수원병) 의원 등이다. 다른 의원은 "공천은 최대한 잡음이 없이 가야 한다"면서 "최고위원과 지도부 관련 인물들은 최대한 늦게 단수공천을 줘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 혹은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은 대거 '의원평가 하위 10~20%'에 이름을 올렸다. 김대중(DJ)계인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도 지난 21일 하위 10%에 들어간 사실을 공개하면서 경선에 당당하게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위 10%에 포함되면 경선 득표수 30%가 감산된다.
정영환 '투명 공천' VS 임혁백 '밀실 공천'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정은 상이하다. 이날 진행된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 발표에서는 서울 양천갑 선거구를 대표로 해당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 결과지를 개봉하고, 당사자가 직접 점수표에 서명하는 과정이 모두 공개됐다. 공천으로 내홍을 겪는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한 시스템 공천임을 부각한 것이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앞선 1차 발표 당시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시민 만족도 조사를 수행했던 기관을 추가 지정해 진행했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공정성을 최대한 담보했다"며 "국민의힘 공관위는 시스템 공천에 어울리고 국민에게 공감을 받는 공정, 투명한 경선 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임혁백 공관위원장 선정부터 논란이 발생했다. 임 위원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역임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원로학자다. 그러나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 정책자문그룹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 자문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 뜻대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었다.
결국 165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이 대표의 '밀실 사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수진 의원(동작을)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면서 "몇 분이 사적으로 (공천을) 한 거라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당의 불공정한 공천과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탈당했다. 김상희 의원(부천병)도 "최근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도 27일 공천문제를 이유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고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역임한 '친문(문재인)계' 의원으로 당 지도부에서 유일한 비명계 의원이었다. 고 의원의 사퇴로 이른바 '문명(文明)' 정당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임 전 실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성동갑 전략공천 의결 사안을 재고해달라"며 "우리가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서 총선 이길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한데, 몇날 며칠 위기감을 가지고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경기 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별로 그렇게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명횡사' 공천논란을 거듭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