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국가비밀보호법을 개정했을까
2024-02-28 12:41
전인대 '기밀법' 개정안 통과…5월 시행
과기 발전…기밀유지 자립 중요성↑
로켓군 기밀 유출 사건 대응 차원
외국기업 경영활동 제약 우려도
과기 발전…기밀유지 자립 중요성↑
로켓군 기밀 유출 사건 대응 차원
외국기업 경영활동 제약 우려도
중국이 국가 기밀 관리와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한 국가비밀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한다.
중국이 14년 만에 국가비밀보호법을 개정한 것이 지난해 중국 로켓군 고위 간부의 기밀 유출 사건이 터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이 반(反)간첩법에 이어 국가비밀보호법까지 개정하면서 중국 내 외국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8차 회의에서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1988년 처음 도입한 이 법은 지난 2010년 한 차례 개정됐으며, 약 14년 만에 2차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무위원회 관계자는 "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인공지능 등 새로운 과학기술과 응용프로그램 등장으로 기밀 유지 기술 자립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이번 개정은 중국 국내외 정세 변화와 과학기술 발전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탕런우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연구원 원장도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디지털 시대 도래와 과학기술의 고속 발전이 국가 기밀 보호에 새로운 도전을 가져올 것"이라며 법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연합조보는 해당 법 개정이 지난해 하반기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고위장성의 부패와 기밀 유출 사건이 터진 시점에 이뤄진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중국 전략적 억지력의 핵심 전력으로 핵무기를 다루는 로켓군은 무기 배치나 기술 내용 등과 같은 극비 사항이 일단 외부에 유출되면 중국 군사력에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국가 기밀 유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국가 기밀을 다루는 공무원의 출국 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퇴사 후에도 일정 기간 국가 기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의 국가기밀을 다루는 공무원이 퇴직 후 일정 비밀 유지 기간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만을 제한한 것에서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탕런우 원장은 현행법이 현직 관료의 기밀 유출 행위를 감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개정안은 퇴직 관료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그들이 재직기간 취득한 기밀을 대가로 타인과 이익거래를 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짚었다.
또 개정안에서 국가기밀 이외에 업무비밀이란 개념을 새로 추가한 것도 눈에 띈다. 개정안에는 기관에서 업무 이행 중 발생 혹은 획득한 사안이 비록 국가기밀이 아니더라도 유출 시 국가안보나 공공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업무기밀로 분류해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실상 기밀의 정의가 모호해진 것이라며 공개할 수 없는 기밀의 범위가 당국에 의해 마치 고무줄 늘어나듯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사실 최근 들어 중국 당국은 데이터보안법, 반간첩법 등을 잇달아 제정 혹은 개정하면서 국가안보를 강화해 왔다. 특히 지난해 7월 개정한 반(反)간첩법은 간첩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하면서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SCMP는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사무소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