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4] 스마트폰·각종 전자기기까지…'온디바이스 AI' 전성시대

2024-02-28 13:55
퀄컴 부스 AI 스마트폰 20종 진열
삼성 갤S24 포문…샤오미 등 출시
도이치텔레콤은 앱 없는 AI폰 시연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 마련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전시관 퀄컴 부스에 전시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들. [사진=윤선훈 기자]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개막 당일인 26일(현지시간) 찾은 퀄컴 전시관은 최근 출시된 전 세계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20종이 쭉 진열돼 있었다. 샤오미·오포·원플러스·ZTE·에이수스 등 중국·대만 업체의 제품이 주를 이뤘다.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8 3세대로 구동되는 AI 스마트폰도 전시했다. 이곳에선 각 제조사가 적용한 AI 관련 기능을 체험할 수도 있었다. 또 다른 모바일 AP 제조사인 대만 미디어텍 역시 오포·비보·레드미 등이 만든 AI 스마트폰을 나란히 내놨다. 

모바일 AP 제조사들이 자사 부스에 경쟁적으로 AI 스마트폰을 전시한 것은 온디바이스 AI가 올해 대세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 마련된 MWC 전시관에서 퀄컴이 전시한 스마트폰 중 △샤오미 14 울트라 △아너 '매직6 프로' △오포 '파인드 X7 울트라' △원플러스 12 △에이수스 '로그 8' 등이 올해 출시된 제품이다. 

각 업체가 내세우는 AI 기능은 제각각이다. 샤오미는 검색어만으로 사진을 찾아주는 AI 사진 검색 기능과 실시간 음성 번역, AI 사진 편집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화웨이에서 독립한 아너는 '매직 포털'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 우측 탭에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배치, 기존에 사용하던 다른 앱과 손쉬운 연동을 도와준다. 사용자 의도를 AI로 파악해 이용자 편의성도 높였다. 오포는 사진 편집 과정의 편의성 증대를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샤오미14 울트라'를 비롯한 샤오미14 시리즈에는 인공지능(AI)이 적용됐다. [사진=샤오미]

AI를 적용해 앱을 아예 없애 버린 스마트폰도 등장했다. 도이치텔레콤은 현재 개발 중인 '앱 프리 AI 스마트폰'을 이번에 시연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각종 앱을 모두 배제하고, AI 어시스턴트·이미지 생성 같은 기능만 넣었다. 대신 이용자가 지시하면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AI 비서가 이에 답한다. '남성에게 맞는 선물을 추천해 줘'라고 입력하면 여러 쇼핑몰에 올라온 각종 제품을 선보이는 식이다.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앞으로 5~10년 후에는 누구도 앱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열풍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다. 삼성전자는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 '가우스' 등 다양한 언어모델을 탑재한 '갤럭시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기에 탑재한 AI가 통화 내용 실시간 통역과 긴 글 요약, 사진 편집을 해준다. 사진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이를 인식해 검색하는 구글의 서클 투 서치 기능도 갖췄다.

메타 '라마2'를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AI 모델 등을 활용해 중국 업체들도 곧바로 AI 스마트폰 트렌드를 따라잡는 모습이다. 샤오미·비보 등이 지난해 자체 언어모델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온디바이스 AI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로는 AI가 스마트폰 사용성에 직접적으로 편리함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시간 통역이나 강화된 사진 편집 등 AI 관련 기능 자체는 이미 이전에도 다양한 앱을 통해 구현이 가능했다. AI폰은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에서도 이런 기능을 쓸 수 있고, 정보 연산을 기기 내부에서 처리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앞줄 오른쪽)와 노태문 삼성전자 MX부문 사업부장(사장·앞줄 왼쪽)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전시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온디바이스 AI 열풍이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폼팩터(제품 외형)로 번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가 MWC 기간 공개한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이 대표적이다. 혼 팍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장(상무)은 최근 브리핑에서 스마트 반지 등 갤럭시 웨어러블 기기에 '갤럭시 AI'를 올해 안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 기능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퀄컴은 AI 스마트폰뿐 아니라 'AI PC'도 내세웠다. 지난해 출시한 최신 PC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X 엘리트'에 45 TOPS NPU(1초당 수조회 연산하는 신경망처리장치)를 탑재해 PC에도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 엔비디아도 노트북용 온디바이스 AI 처리를 위한 'RTX 500'과 '1000 에이다(Ada) GPU'를 MWC에서 공개했다. AI가 장착된 PC는 올해 1분기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경영진도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27일(현지시간) MWC 삼성전자 부스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 사업부장(사장)과 만나 "온디바이스 AI가 앞으로 AI 서비스에 큰 혁명을 몰고 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LG유플러스를 비롯해 SK텔레콤·KT 등 이동통신사 모두 올해 온디바이스 AI를 염두에 둔 사업 구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