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트럼프 집권시 북미 핵담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나
2024-02-24 22:07
2024년 11월 5일은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어떤 인물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 대외정책의 방향을 뒤집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여론조사 대결에서도 우세를 보인다. 현재 전 세계는 트럼프 후보의 파격적인 발언과 대선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시곗바늘을 2016년으로 되돌려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발언을 복기해 보고, 트럼프 1기 정부의 대외정책을 분석해 보자. 트럼프는 대선 유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대화할 것이다.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햄버거를 먹으며 핵 협상을 하겠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는 집권 후 실제로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두 차례에 걸쳐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3국 정상 간의 깜짝 회동까지 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성사시키지 못했으며, 실속 없는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은 실패하였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출범 후 문재인 정부와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 문제를 놓고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마크 에스퍼 전 국방부 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주일미군 철수를 추진했으며 나토를 탈퇴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였고 시진핑 정부와 관세 보복전을 펼치면서 미·중 간의 무역전쟁을 벌였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감행하였다.
현재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은 다자주의에 기초하여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향후 트럼프 2기에서는 중국은 물론 우방국들과의 갈등을 예상한다. 트럼프의 대선 구호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트럼프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하였으며, “김정은이 나를 좋아해 4년간 북한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라고 자랑하고 있다. 정말 황당하다. 또한,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라고 장담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에는 “나토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 경우 러시아가 이들을 공격하도록 하겠다”라는 폭탄 발언을 하여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유럽 동맹국 지도자들로부터 반발이 쇄도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후보를 향해 맹렬히 비난하였다.
최근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작성한 ‘프로젝트 2025’ 정책제안서에도 향후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될 경우, 추진될 각종 정책에 대해서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미국의 동맹국들은 재래식 방어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앞으로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 문제가 협상 화두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트럼프 캠프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왔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을 폐지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탈퇴 등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의 과거, 현재 발언과 행보 등을 종합해 볼 때, 그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평소 자신감을 표명했던 분야에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과의 담판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 할 것이며,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북한과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다. 북한은 2023년 9월 헌법에 핵 무력 정책을 명시하였다. 미국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북핵 동결과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꿀 수 있다”라고 우려한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부담 증가에 대한 압박도 이슈로 부각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하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도 변동이 생길 것을 걱정하는 견해도 있다.
김정은 정권은 올해 들어 한국에 대해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라”라고 지시했다. 이는 북한이 한국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뜻이다. 한반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이다.
김정은이 바라보는 미 대선에 관련한 입장을 알아보자. 북한은 내심 2025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노림수는 미북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여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대북제재 해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2018년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이용하였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윤석열 정부는 물론 바이든 정부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정부와 직접 협상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과 대북 확장억제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한반도에서 불리한 정세를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푸틴과 손을 잡았다. 북한이 우군을 확보한 것이다. 최근 김정은 정권은 한·미·일 협력관계에 균열을 내기 위해 일본 기시다 총리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집권 2기에 대비하여, 한반도에서 새로운 안보지형을 짜기 위한 속셈이다. 북한이 향후 미·북 협상에서 비핵화 대신 핵 동결 등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일본을 회유하고 미국과 담판을 지으려 할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를 따돌리려는 속내가 분명하다. 북한은 과거에도 늘 통미봉남 전술을 추진해왔다.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2023년 “북한이 최소 18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추정했다. 북핵 동결은 북한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해법이 아니다.
바이든 정부하에서는 북한의 대화 거부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으며, 중국을 겨냥한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해왔다. 현재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와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잘 대응하고 있다. 향후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북이 성사되고,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사회의 화두가 북핵 문제로 급격하게 전환될 소지가 다분하다. 트럼프가 다시 미·북 대화를 추진할 것이며, 북한도 화답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북핵 문제를 놓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 간의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역대 미 정부는 동북아지역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고, 그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신냉전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미·중 패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기에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필요성이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탄생할지라도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구도는 잘 유지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잘 대처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한국 국민 72.8%가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공감한다”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더욱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 만일, 트럼프 집권 2기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을 경우, 한국은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