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조 클럽' 역대 최다...어떻게 가능했나

2024-02-23 06:00

[그래픽=김효곤 기자]
최근 고물가로 유통업계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백화점업계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백화점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국내 첫 ‘연 매출 3조원 백화점’도 탄생했다. 백화점만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의 힘이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곳은 총 12개점으로 지난해보다 1개점이 늘었다. 연매출 1조원 이상 백화점 12곳 중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각각 4개점, 롯데백화점이 3개점, 갤러리아백화점이 1개점을 차지했다.

특히 신세계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단일 점포 매출 3조원이 넘는 백화점은 전 세계적으로도 영국 해러즈 런던(2022년 약 3조6400억원),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2022년 약 3조1600억원) 등 두 곳에 불과하다.

롯데 잠실점에 이어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롯데 본점도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어서며 ‘2조원 이상 단일 점포’도 2022년 2곳에서 4곳까지 늘었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백화점들이 높은 매출을 달성한 데는 콘텐츠의 힘이 컸다. 1조 클럽에 포함된 백화점들은 모두 지난해 식음료(F&B)와 팝업 공간 리뉴얼 등 ‘체험형 콘텐츠’ 강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곳이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경우 연매출 1조원 이상 달성한 백화점 4곳 중 3곳이 객단가가 높은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입점돼 있지 않다. 점포별 타깃층에 맞는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매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연매출 ‘3조 신화’를 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최근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식품점을 리뉴얼해 집객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가 있다. 스위트 파크는 오픈 첫 주말에만 방문객 10만명이 몰렸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1조 클럽에 입성하는 백화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9460억원)와 신세계 광주(8230억원) 등이 아쉽게 1조 클럽에 입성하지 못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백화점은 단순히 쇼핑하러 나오는 공간이 아니라, 식사와 문화, 콘텐츠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콘텐츠 능력을 갖춘 대형 점포들은 계속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매출이 지속 하락해 백화점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