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우식 "'살인자ㅇ난감',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출연 결심"
2024-02-20 00:01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이탕'의 이야기를 통해 '죄와 벌'에 대한 화두를 던진 '살인자ㅇ난감'은 공개 3일 만에 3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 부문 2위에 등극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을 홀렸다.
"드라마 공개 후 '살인자ㅇ난감'을 잘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하고요. 나름대로 좋은 반응인 것 같아요."
'살인자ㅇ난감' 글로벌 인기의 중심에는 '이탕'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이 있다. 영화 '기생충' '마녀'로 국내외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최우식은 '살인자ㅇ난감'을 통해 또 한 번 화제성을 입증했다.
최우식은 우발적 살인 후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한 평범한 대학생 '이탕'을 연기했다. 아주 일상적인 얼굴부터 낯설고 섬뜩한 이면까지 자유자재로 꺼내 드는 그는 '죄와 벌'이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시청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게끔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원작 같으면서도 만화에서 탄생한 인물이 현실화하며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되는 게 중요하다고 봤거든요. (현실에) 붙어있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감정선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이탕'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심경 변화를 맞게 되니까요. 어떻게 하면 과잉되지 않고 (보는 이들이) 믿음이 갈까 초점을 맞추면서 연기했죠."
앞서 언급한 대로 '살인자ㅇ난감'은 연재 당시부터 팬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바.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신인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 독자만화대상 심사위원상을 휩쓸고 단단한 팬덤을 형성해 낸 작품이다.
'살인자ㅇ난감' 그리고 '이탕'은 배우로서 욕심낼만한 작품이었다. 영화 '거인' '기생충' 등으로 일상적인 면모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녀' 등을 통해 장르적인 특성도 강조해 왔던 최우식의 연기를 한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팬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작품, 캐릭터들을 보면 대부분 스토리텔러로서 사건·사고를 겪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이었거든요. '거인' '기생충'처럼요. '살인자ㅇ난감'은 거기에 큰 심경 변화까지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더욱 극적으로 몰고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더라고요. 당시에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나와서 '해보고 싶다.' '할 수 있겠다' 욕심을 냈어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라고요."
최우식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에서 살인마로 변화하는 과정과 간극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탕'이 살인을 저지르는 심리를 명쾌하게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탕'에 대한 물음표를 '송촌'(이희준 분)을 보며 느낌표로 바꾸어나갔다.
"제가 평소에도 감독님들께 질문이 많은 편인데요. 이번 작품은 유난히 더 질문이 많았어요.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송촌'과의 차이점에 주목하게 된 거죠. '이탕'은 외적으로 변화하고 (살인에 대한) 매너리즘에 젖어있을지언정 똑같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았어요. 합리화할 뿐이었죠."
이창희 감독은 '이탕'의 변화를 몽타주로 표현해냈다. 최우식은 몽타주로는 채 담기지 않았던 '이탕'의 심리에 관해 말하며 "괴로움이 컸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탕'이 홀로 있을 때처럼 보이지 않는 순간들도 괴로움을 느꼈을 거라고 봐요. '이탕'이 갑자기 확 변해서 다른 인물처럼 그려지기 보다는 계속해서 괴로움을 느끼고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합리화하는 과정들을 표현한 거죠. '송촌'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마지막 '난감'과의 대화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본 거죠. 그래서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죄책감을 느끼는 면면들을 보여준 거예요."
원작에서 '이탕'은 위기의 순간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능력'을 발휘한다. 원작에서는 목덜미에 소름이 끼치고 동공이 확장되는 등 오감을 통해 위기를 느끼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영상으로는 이같은 '능력'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었을 터.
"그렇죠. 만화로는 목덜미에 소름도 끼치고, 동공도 커지면서 한눈에 그의 능력이 느껴지는데요. 이걸 영상으로 표현하려니까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감독님과 이 '능력'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했어요. '촉'이 좋은 건지 아님 '셜록'처럼 주변 정보들을 보고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건지에 대해서요. 그러다가 이 능력이 실제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가보는 건 어떻겠느냐 하고 의견이 모아졌죠. 그래서 장면마다 다른 정보를 배치했고 '촉'이 좋은 건지, '정보력'이 좋은 건지 모르게 밸런스를 맞추게 되었어요. 열어두고 연기한 셈이죠. 보는 분들의 판단이 부딪칠 때 더욱 풍부해진다고 생각해서요."
'이탕'과 '난감'이 주요 인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정작 극 중에서 두 사람이 마주치는 건 몇 장면이 없었다. 최우식은 "개인적으로 아주 아쉬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 형들이랑 만나서 연기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얼마나 피 튀기며 연기하게 될까' 기대했었는데요. 사실상 많이 마주치지는 못했어요. 하하하. 손석구 형, 이희준 형의 가편집본을 미리 보았는데. 어찌나 살 떨리게 연기했던지! 현장에서 부담감이 계속 커지는 거예요. '송촌'과 '난감'의 연기를 보니 '와, 나도 여기에서 잘 해내야 하는데' 걱정이 커지더라고요."
최우식은 손석구, 이희준과 함께한 현장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30대 배우로서 느끼는 고민과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는 부연이었다.
"우리 작품이 참 무거운 장르였는데요. 현장은 화기애애하고 즐거웠어요. 손석구 형, 이희준 형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현장에 대한 태도나 작품, 캐릭터에 대한 마음가짐 같은 거요. 특히 이희준 형은 벽에 사진까지 붙여가면서 캐릭터를 관찰하고 자기 자신을 극으로 몰아가시더라고요. '나는 저렇게까지 한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기도 했어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자리였어요."
'살인자ㅇ난감'의 엔딩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시즌2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하지만 최우식은 시즌2에 관한 이야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송촌'도 죽어버리고…. 이후에 대해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이후 이야기가 나온다면 기존 메시지가 변질될 거 같아요. 작품에 애정도 크고 즐겁게 찍었지만, 시즌2는…. 호기심으로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