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가격 무섭도록 오르는데…고팍스, 고파이 미지급금 출자전환 제안
2024-02-19 18:00
지난해 말 자정 기준 비트코인 시세로 출자전환 제안
이날 비트코인 가격 7200만원대…"큰 손해, 동의 불가"
20일 투자자들 당국에 호소문 전달…반발 더 커져
이날 비트코인 가격 7200만원대…"큰 손해, 동의 불가"
20일 투자자들 당국에 호소문 전달…반발 더 커져
1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고파이 상위 채권액 투자자들에게 서면 제안서를 전달했다. 회사의 지배구조와 완전자본잠식상태 개선을 위해 부채로 잡혀 있는 고파이 원리금을 2023년 12월 31일 자정 기준 비트코인 원화시세인 5700만원 기준, 발행가액 7만242원의 주식으로 출자 전환해달라는 게 골자다.
올해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를 앞둔 만큼 부채를 줄이고 최대 주주 지분도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고파이는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고팍스에 예치해 이자수익을 가상자산으로 받는 '코인 버전 적금 서비스'로 고파이 원리금은 모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으로 이뤄져 있다. 비트코인 1개가 원리금으로 묶인 투자자라면 채권액은 5700만원으로 약 811주를 받게 된다.
당국은 갱신 심사를 앞두고 고팍스에 지배구조 개선과 부채 비율 축소 이행 계획을 3월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637억원에 해당하는 고파이 미지급금이다. 이외 바이낸스 부채(약 364억원), 전환사채권자 부채(약 80억원)을 안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FTX 파산이다. 고팍스는 가상자산 예치 중개 서비스 고파이를 제공해왔는데 해당 상품을 가상자산 커스터디업체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운용해왔다. 그런데 2022년 말 FTX가 파산하면서 FTX 계좌에 있는 1억 7500만 달러(약 2338억원)가 묶였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신규 대출과 고객 인출을 중단했고, 이 여파는 고파이까지 미쳤다. 올해 1월 제네시스는 자금 경색을 버텨내지 못하고 파산했고 고파이 이용자들의 원리금 상환도 묘연해졌다.
이때 국내 시장 진입을 원했던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에 손을 내밀었다. 고팍스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고파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2월(194억원), 8월(280억원) 두 번에 걸쳐 고파이 미지급금을 지급했다. 숨통이 트이는 듯했으나 이번엔 지배구조 문제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3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신고를 했는데 처리되지 않으면서다. 자금이 투입되고도 당국이 임원 변경신고를 승인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자 바이낸스도 남은 원리금 지급을 미룬 상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바이낸스의 불투명한 지배 구조와 자본력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낸스는 현재 고팍스 지분 72.2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만약 고파이 투자자들 전원이 이번 고팍스의 제안에 동의하면 개인 주주의 합산 지분율이 2대주주 수준으로 올라간다. 추가로 바이낸스가 시티랩스를 포함한 타 기업에 보유 지분을 일부라도 매각하면 지분 구조가 바뀌게 된다.
고팍스는 "(당국이 요구하는) 개선계획이 충분하지 못하면 사업 영위 필수요건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뿐만 아니라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회사는 결국 청산 절차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고파이 투자자의 대금 회복이 불가능해진다"며 동의를 읍소했다.
그러나, 고팍스가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코인이 아닌 주식을 주겠다는 제안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날만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7200만원대다. 사효리 고파이 채권단 대표는 "투자자가 큰 손해를 입는 고팍스의 이번 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FIU가 주관적 신념으로 월권행위와 직권남용을 하고 있어 2875명 고파이 금융소비자들은 피해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