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 '정답은 없다'지만, 상장 기업을 조금이라도 알지 못한 채 해당 종목을 매매하는 것은 마땅히 피해야 할 일입니다. 깊이 안다면 더 좋겠지만, 상장 기업의 내부자가 아닌 이상 그 기업에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흔치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언론 보도에 인용되는 기업의 홍보(PR) 및 투자자 관계(IR) 담당부서의 공식 발표, 그리고 금융감독 당국의 지침과 규제에 따라 기업이 수행하는 '공시'가 있죠.

기업 공시는 대부분 강제성이 있는 지침과 규제 기반으로 수행됩니다. 금융 감독 당국은 투자자가 주식을 비롯한 증권을 투자 대상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는지 여부로 공시를 규제한답니다. 즉 기업이 속으로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도 의무에 따라 행하는 공시가 적지 않습니다. 또 시장 관리·운영자인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를 위해 '이 종목 조심해라'며 딱 짚어 주는 공시가 있습니다. 이런 걸 봐야죠.

어디서 볼까요? 일반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 사이트인 다트(DART)를 통해 공시 정보를 활용합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다트와 거의 같은 공시가 올라오는 카인드(KIND)를 따로 운영하고 있고요. 거의 같은 공시가 올라온다면 하나만 있어도 되지 않느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카인드는 투자자가 관심을 갖는 종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거래소가 시장에서 해당 종목에 취한 조치까지 알려줍니다.
 
작년 하반기 반도체·로봇과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할 때 함께 주목 받았던 휴림로봇을 예로 들어 볼게요. AI 관련주는 요즘도 시장의 관심도가 높은 분야지만 '로봇'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주목도는 한풀 꺾인 분위기입니다. 어쨌든 주식매매 프로그램을 띄워 휴림로봇의 일별 주가 추이를 보면, 뜻밖에도 이 종목은 이달 5일부터 거래를 멈춘 상태입니다. 마지막 거래일엔 650만주가 매매됐는데 말이죠.

일단 다트에 들어가서 기업명에 휴림로봇을 입력하고 공시를 조회하면 이유를 알 수 있어요.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지난 1월 31일 제출한 공시에 '주식의 병합, 분할 등 전자등록 변경, 말소' 사유로 주권매매거래정지 상태라고 나오네요. 실제 정지 사유는 '주식병합'이고, 정지 일시는 이달 5일부터 '신주권 변경상장일 전일까지'입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작년 12월 5일 공시를 보면 이달 28일에 신주가 상장됩니다.

카인드에서 볼까요? 아예 첫 화면의 '시장조치'에서 '매매거래정지' 항목에 마우스 커서를 놓으면 거래 정지와 관련된 조치를 받는 종목 몇 개가 표시되네요. 여기서 목록 오른쪽 위 '더보기'를 눌러 상세검색 화면으로 넘어가면, 2월 19일 현재 59건을 조회하는 목록이 나타납니다. 이 목록의 오른쪽 아래에 '15건'으로 돼 있는 표시 단위를 '100건'으로 바꾸고 'GO' 버튼을 누르면 모든 목록이 한 번에 펼쳐집니다.
 
이 목록에서 회사명을 한줄 한줄 살펴 볼 수도 있지만, 대신 키보드 '컨트롤(Ctrl)-F' 키를 누르고 이 화면에서 특정한 글자를 찾아 봅니다. '휴림'이라고 쓰니 '휴림로봇'뿐 아니라 '휴림네트웍스'와 '휴림에이텍'도 동일한 사유(주식병합)로 매매거래정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 두 회사는 앞서 휴림로봇에 인수됐고 작년 12월 주주총회에서 주식 액면병합 결정을 내렸어요. 두 회사 신주는 이달 20일 상장돼요.

휴림로봇과 두 자회사는 지배기업의 사업확장을 위한 인수합병에 나섰고, 소액인 주식의 액면을 병합해 이미지 제고에도 나섰다고 추론할 수 있죠. 이밖에 카인드 매매거래정지 화면에서는 '자본감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사유발생)', '주권매매거래정지기간 변경(상장폐지 사유 해소)',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 개시' 등 중대 사유로 거래를 정지당했거나 재개하는 여러 기업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다트엔 없고 카인드에서만 볼 수 있는 공시도 있어요. 첫 화면 시장조치 메뉴의 '투자주의환기종목' 부분인데요.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위원회가 운영하는 시장 경보 제도에 따라 공시하는 항목이 여기에 올라오죠. 투자주의환기종목이 되는 사유는 대부분 회계감사보고서 검토 의견이 '비적정' 또는 '의견거절'로 나왔을 때인데, '계속기업 불확실성'이나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 재무적 부실 가능성도 포함됩니다.
 
증시에 새로 진입하려는 비상장 기업의 상장 추진 정보는 어떨까요? 비상장 기업의 증권신고서나 상장 절차와 관련된 소식, 공모주 청약일 등은 다트의 '공모정보'에 있는 '공모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긴 합니다. 이와 달리, 카인드에서는 'IPO 현황'이라는 메뉴를 통해 상장 예비심사 신청 기업, 예심을 통과한 공모기업, 최근 신규 상장한 기업 등 상장 추진 단계별로 여러 기업의 현황과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지요.

또 카인드의 IPO 현황 메뉴는 상장을 추진 중인 예비심사 단계 기업의 재무정보와 최대주주, 상장 주식 수와 공모 주식 수, 상장 주선인(대표주관회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요. 카인드나 다트에 올라오는 증권신고서 내용에 모두 담긴 정보지만 증권신고서에 담기는 내용이 많아 한눈에 찾아 읽기 어렵고 분석을 해야 알아낼 수 있는 내용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인드 쪽이 좀 더 편리하게 활용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