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고금리' 동결] 머뭇대는 美, 손발 묶인 한은…하반기 피봇설 비등
2024-02-20 05:00
오는 22일 2월 금통위 개최…9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유력
미국 물가·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한국은행(한은)도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상반기는 건너 뛰고 일·러도 7월에 가서야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국내 기준금리는 역대 최고점에서 최장기 동결 기조가 이어지게 된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주 목요일(22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2024년 제2차 통화정책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춘섭 전 금통위원이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 새로 임명된 황건일 금통위원이 합류하는 첫 7인 완전체 회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준의 피봇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연말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한 적절한 시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금리 인하의 필요 조건인 물가 하락세가 완연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발표된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해 시장 전망치(0.6%)를 웃돌았다. 앞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1%의 상승률을 보였다.
'끈적한(sticky)' 물가 흐름에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은 "물가가 목표에 도달했다는 더 많은 증거를 보고 싶다"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은이 상반기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경우 국내 기준금리는 역대 최고·최장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기존 역대 최장 동결기간은 지난 2016년 6월 9일부터 2017년 11월 30일(1년 5개월 21일)까지로 당시 금리는 1.25%였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13일부터 1년 1개월 이상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반기 들어 첫 금통위가 열리는 7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면 종전 최장기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3.50%의 고금리가 1년 이상 이어진 것도 최초다. 이전에는 3.25%로 2011년 6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동결된 적이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가 기조적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목표치를 웃도는 데다 속도 등 불확실성이 높아 긴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통위 전원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이라며 "여기에 미국 물가 속도 둔화에 따른 대외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한은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