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태호, 차량유지·유류비 임의 유용했나..."감시·감독 체계 확립 필요"

2024-02-21 09:45
국회 사무처 '증빙' 필요없는 차량유류비 등 지원..."일부 의원실 살림에 사용"

4일 오후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50여일 앞둔 가운데, 경남 양산을에 국민의힘 후보로 전략 공천된 김태호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차량유류·유지비를 일종의 '특활비(특수활동비)'처럼 임의로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1일 아주경제가 확인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김 의원의 정치자금회계보고서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차량유류비로 1900여만원, 차량 점검·수리·타이어 교체 등으로 5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정치자금은 시민들이 후원하는 '정치후원금'과 '개인 자산'으로 이뤄진다. 정치자금 90% 이상이 정치후원금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사무처로부터 매달 15일마다 의원실 계좌로 차량유지비를 지원받기에 차량 유지 목적으로 굳이 정치자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각 의원들은 차량유류비로 110만원, 차량유지비로 35만8000원을 받아 총 145만8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여기에 김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을 맡아 차량유지비 64만2000원을 추가로 받아 총 210만원을 매달 수령했다.
 
[자료=국회사무처]

김 의원은 지난 3년 반 동안 국회사무처로부터 차량 유류비로 4737만970원, 차량 유지비로는 2312만1100원을 지원 받았다. 이는 김 의원이 같은 기간 사용한 차량유류비 약 1900여만원, 차량점검·수리·타이어교체 등으로 사용한 약 500만원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또한 지출 내역을 보면 김 의원의 차가 하루에 두 번 주유한 사례도 수차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12월 17일과 2022년 4월 20일, 7월 22일로, 각 날짜마다 결제 금액은 각각 8만9000원·8만3000원, 9만원·6만원, 11만원·12만원 등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 면적이 다소 넓은 편이지만, 김 의원 측이 국회로부터 지원받은 유류비나 정치후원금을 본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김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에 "국회 유류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 정치자금으로 추가 유류비를 사용한 것이 맞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현재 지역구인 산청·함양·거창·합천의 면적은 경남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하고, 김 의원은 밤늦게까지 지역구를 돌며 열심히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루 두 번 주유' 역시 "아침 일찍 주유해서 하루종일 다니고, 다음 날을 대비해 밤에 미리 주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유류비의 일정 부분을 의원실 살림이나 의정보고서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의원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국회사무처 차량유류·유지비 지급 규정상 지출 내역을 제출하라는 규정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의원실 개인이) 어디다 썼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차량유류비와 차량유지비는 영수증 같은 증빙 없어도 된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국회의원 특혜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교통 실비지원이 있는데, 주차 요금이나 항공기 요금 같은 경우는 영수증을 제출받는다"면서 "(그래서) 주유비와 차량유지비를 정액으로 준다는 건 모순되는 점"이라고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