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항공사 합병도 막은 바이든...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제동걸까

2024-02-15 19:01
업계 경쟁력 저하 이유로 제트블루-스피릿항공 합병 무산시켜
EU사례처럼 조건부 승인땐 동반성장 시너지 제한돼

미국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와 경쟁사 스피릿항공의 합병이 바이든 정부에 의해 좌절되면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절차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합병이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미국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도 현지 항공업계의 우려로 인해 승인 지연이나 강력한 시정조치를 동반한 조건부 승인까지도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같은 조건부 승인을 할 경우도 대한항공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유럽향 노선에 이어 미국 노선까지 반토막 난다면 합병으로 인한 동반성장 효과가 크게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합병에 부정적인 바이든 정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도 안갯속
 
15일 미국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제트블루의 스피릿 인수를 막아달라며 제소한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제트블루 측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지만 당분간 두 회사의 합병 절차는 중단되게 됐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제트블루가 미국 내 저비용항공 시장을 독점해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제트블루의 저비용항공 시장 독과점이 미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법무부의 주장도 수용했다.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항소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장은 바이든 정부에서 항공사 간의 인수합병은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이전까지는 항공사 간의 합병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4대 항공사 중심의 산업육성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기업의 독과점에 강력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항공사 간 합병이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제트블루-스피릿 합병뿐 아니라, 현재 추진 중인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 항공의 합병 역시 정부의 제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현지 분위기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방법원이 미국 항공산업 경쟁력 저하를 합병 중단의 이유로 든 것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일부 항공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미국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정치권에 제기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쟁당국이 흔쾌히 승인을 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또 두 회사의 합병이 바이든 행정부가 강하게 추진 중인 자국 보호주의 정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승인을 지연시키거나 매우 난해한 시정조치를 제시한 조건부 승인이 점쳐진다. 
 
◆ 조건부 승인나면...합병효과 글쎄
 
미국이 강력한 시정조치를 동반한 조건부 승인을 낼 경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동반성장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동시에 갖고 있는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애틀, 호놀룰루 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 가능성을 고려 중이다.
 
올해 3월 예정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미국 노선의 주당 운항 횟수는 각각 52회, 38회다. 합병 후에는 주당 운항 횟수가 90회까지 늘게 된다. 하지만 미 정부가 EU 경쟁당국과 같이 중복 노선을 양도하라는 조건을 내걸 경우 대한항공은 항공기만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국적 대형항공사(FSC)의 최대 취항지인 미국과 유럽 노선이 반토막이 나면서 거액의 항공기 임대료만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백악관과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로비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를 본격화한 후 2022년부터 미국에 대한 로비를 시작했다. 첫해 40만 달러를 대미(對美) 로비에 투입했으며, 지난해에는 17만 달러를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로비력은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100위 밖의 순위다. 지난해 아메리칸항공의 로비액인 약 577만 달러와 비교해 3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미국 경쟁당국 입장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미국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현지 항공업계의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측은 오는 6월에는 순조롭게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6월말경 심사 절차 마무리를 예상하고 있다"며 "제트블루와 스피릿의 합병은 대다수의 미국 승객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시 미국 소비자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또 대형항공사 간의 결합이으모 운임인상 우려도 없어 제트블루 사례가 우리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