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 류더화도 꺾은 '부니베어'

2024-02-15 13:56
'부니베어: 시공간의 역전' 3위
춘제 극장가 '다크호스' 떠올라
자녀 동반 가족 겨냥한 '어른용 애니'
춘제 박스오피스 70억 위안 돌파할까

영화 '부니베어:시공간의 역전' 포스터

올해 중국 춘제(중국 설) 연휴 극장가 다크호스는 3D 중국 토종 애니메이션 시리즈 ‘부니베어(중국명: 熊出沒)’였다.  

중국 영화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먀오옌에 따르면 15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 애니메이션 부니베어 10탄인 '부니베어: 시공간의 역전(원제: 熊出沒·逆轉時空)' 박스오피스 수입이 10억6000만 위안(약 1956억원)을 돌파했다. 

흥행 돌풍을 예상했던 장이머우 감독의 '제20조(第二十條)', 중화권 배우 류더화 주연의 '홍담선생(紅毯先生)'을 제치고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톱3'에 랭킹된 것이다. 1위는 여성 코미디언인 자링(賈玲)이 감독·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 '열랄곤탕(熱辣滾燙)', 2위는 소설가 한한(韓寒)이 감독을 맡은 코미디 영화 '비치인생(飛馳人生)2'가 차지했다. 

특히 '부니베어:시공간의 역전'은 개봉 당일인 9일 중국 본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단 하루 만에 중국 토종 애니메이션 중 역대 1위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다. 먀오옌은 '부니베어:시공간의 역전'의 총 박스오피스 수입이 23억 위안도 돌파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매체 란징차이징은 춘제 연휴 극장 관객층은 대부분이 자녀 동반 가족으로, '부니베어:시공간의 역전'은 이러한 춘제 연휴 관객 수요를 잘 충족시켰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부니베어'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최근 들어 타깃층을 어린이에서 차츰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해 나가며 '어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부니베어 시리즈는 숲에 찾아와 벌목을 하는 인간 빅터(중국명: 光頭強)에 맞서는 숲 속 곰 형제 브라이어(熊大)와 브램블(熊二)의 이야기를 다뤘다. 원래는 중국의 인기 TV 애니메이션이었는데 2014년부터 극장판으로 제작돼 올해로 벌써 10편째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특히 매 편마다 시대 트렌드를 따르면서 가족애, 환경보호, 인공지능(AI) 등 깊이 있는 이슈를 주제로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니베어 시리즈 흥행으로 제작사 화창팡터(華強方特)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화창팡터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28억7000만 위안이었다. 같은 기간 2억9000만 위안의 순익을 남기며 2021년부터 이어졌던 적자난에서도 벗어났다. 특히 화창팡터의 부니베어 IP(지적재산권) 수입이 회사 매출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창팡터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넘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하는 게 목표다. 이른바 '중국판 디즈니'를 꿈꾸는 것. 지난 11일에는 저장성 타이저우 린하이시에 '부니베어'를 테마로 한 첫 테마파크 리조트 '부니베어 베이'도 오픈했다. 뿐만 아니라 부니베어 IP를 적극 활용해 부니베어 호텔은 물론 티셔츠, 블라인드박스, 오르골 등 부니베어 굿즈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한편 춘제 연휴 엿새째인 15일 오전 11시 11분(현지시간)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60억 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영화 예매사이트 덩타 연구원은 올해 춘제 연휴기간 박스오피스가 70억~75억 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역대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는 2021년 78억2200만 위안, 2022년 60억3500만 위안, 2023년 67억5800만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