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해 자신을 각인시켜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톱스타는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기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주경제는 이들이 명장면과 명대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어떤 비하인드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이 걸어온 연예계 생활의 발자취를 되돌아봅니다. -by 건희-

배우 손석구(41)가 단기간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다소 늦게 이름을 알린 대기만성형 스타임에도 이제는 대중이 인정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손석구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파란만장'이다. 중학생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시카고 예술대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재학 중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을 떠났다. 그는 파병 중 농구 선수를 꿈꾸며 캐나다로 향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농구 선수를 포기하고 다시 배우로 진로를 바꾼다.

네이버 포털 기준 손석구의 공식적인 데뷔작은 2017년 방영된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센스8 시즌2'로 나온다. 그러나 손석구는 이전부터 연극과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한국에서는 2018년 tvN 드라마 '마더'에 이설악 역으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고, 이해 KBS 2TV 드라마 '최고의 이혼'으로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작을 맡았다.

2018년이 손석구에게 기회의 시간이었다면 2019년은 자신을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해였다.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차영진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고, 특별 출연임에도 단숨에 주연급 화제성을 불러일으킨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많은 이들을 '손석구 앓이'에 빠지게 했다.
 
손석구는 '멜로가 체질' 속 상수 역을 맡았다. 상수는 두 얼굴을 가진 CF 감독으로 촬영 현장에서는 막말을 작렬시키는 그야말로 '안하무인' 캐릭터다. 그러나 알고 보면 반전이 있는 '속따남(속은 따뜻한 남자)'이었다.

'멜로가 체질' 속 손석구는 호흡을 맞춘 이은정 역의 전여빈과는 처음에 악연으로 만났다. 손석구의 성격이 드러나는 촬영 현장에서 전여빈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두 사람은 전 재산을 기부한 보육원에 봉사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인연이 이어지며 꽁냥꽁냥 썸을 타는 관계로 발전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막말 케미'부터, 소위 '멜로 눈빛'까지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손석구가 전여빈을 향해 "당신의 눈동자에 무엇이 보이든, 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고 말하는 장면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실 이 대사는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나온 말이다. 원문은 'Here's looking at you, kid'다. 의역을 통해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명대사가 나왔다. 직역보다 더 국내 팬들의 가슴에 와닿았다는 평이다.

'멜로가 체질' 속 작가도 이 문구를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고 표현했고, 실제 전여빈의 눈에 술잔을 갖다 댄 손석구의 모습을 연출하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이를 통해 손석구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배우로 불리게 됐다.
 
이 말을 듣고 설레지 않은 여성들이 있을까.

손석구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베일에 싸인 구씨를 연기했다. 구씨는 사실 조폭 출신으로 업소 관리를 맡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잠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업소를 떠나 인적이 드문 산포시 당미역에 머물던 사람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일하던 곳의 사장 염제호(천호진 분)의 딸 염미정(김지원 분)과 점점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첫 시작은 김지원이 손석구에게 말한 "추앙해요"라는 말이었다. 애정 결핍이 있던 김지원이 손석구에게 관심을 표현한 것이다.

고백을 할 때 많은 이들은 "사랑해요"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러나 '나의 해방일지' 속에서는 "추앙해요"라는 말로 마음을 표현하자, 시청자들에게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덧 유행어로 번지기까지 했다.

이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추앙'이라는 뜻을 찾았다. 이후 자신의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에게 "나를 추앙해라"는 말을 쓸 정도로 빛의 속도로 퍼져나갔다.

손석구는 한동안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김지원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랜 고민 끝에 손석구가 김지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추앙한다"라고 전하자, 시청자들은 '구씨 앓이'에 빠졌다. 매서운 눈빛과 말이 거의 없는 성격을 가진 그에게 사실은 따뜻한 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구씨 신드롬'을 일으킨 손석구는 어느덧 '여자들의 이상형'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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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는 지난 2022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에서 '빌런' 강해상 역을 맡았다.

손석구에게 있어 '범죄도시' 후속작 출연은 다소 부담이 될 법했다. 전작이었던 '범죄도시1'의 '악당' 장첸(윤계상 분)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손석구는 과감히 '범죄도시2'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연기력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냈다.

강해상은 베트남에 온 한국인 관광객에게 사기를 치고 납치를 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악독한 캐릭터다. 손석구는 상대역인 마석도 역의 마동석과 합을 겨루기 위해 '증량'을 택했다. 마동석의 거대한 덩치에 밀리지 않기 위해 손석구는 10㎏이나 살을 찌워 작품에 몰입도를 높였다.

더욱 덩치가 커진 손석구의 몸집과 그의 날카로운 눈매는 관객들을 계속해서 긴장하게 만들었다. 특히 손석구가 "너 납치된 거야"라고 조용히 읊는 장면은 섬뜩함까지 느끼게 했다.

이러한 손석구의 활약으로 '범죄도시2'는 1269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범죄도시2'는 손석구에게 있어 대중에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디즈니 플러스 화제작 '카지노'에서 손석구는 필리핀 카지노의 왕 차무식(최민식 분)을 잡기 위해 현지로 파견된 경찰 오승훈 역할을 맡았다.

오승훈은 차무식의 계략에 항상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는 형사였다. 그는 모두가 "필리핀 내 막강한 권력을 저지르는 차무식을 어떻게 잡냐", "포기하라"고 외칠 때에도, 끝까지 수사를 이어갔다.

특히 최민식이 돈을 위해서 한국인을 납치하고 협박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 또 필리핀 주요 인사들에게 뇌물까지 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었다. 이에 손석구는 그에게 "내가 다음번에 그쪽을 처넣을 때에는 뇌물공여죄까지 꼭 포함시키겠다. 끝까지는 가지 맙시다"라고 분노한 표정을 한 채 외쳤다.

카지노 속 손석구의 연기는 화난 모습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최민식이 연기한 차무식의 계략이 대단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손석구는 자신의 현지 파트너였던 마크(니코 안토니오 분)와 그의 가족에게는 한없이 따뜻했다. 심지어 한때 배신을 당했음에도 말이다. 이 당시 손석구가 마크의 아이를 보며 표정을 지을 때에는 '아빠 미소'가 불현듯 보이기도 했다.

'카지노'의 글로벌 흥행에는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최민식의 영향력이 컸다는 평가지만, 그와 치열한 대립각을 이루는 손석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에서 임지섭 대위 역할을 맡았던 손석구는 두 가지 매력을 보여줬다.

사실 'D.P'에 첫 등장한 손석구의 모습은 악역 그 자체였다. 제103보병사단 헌병대 수사과 군무이탈담당관이던 박범구(김성균 분)에게 계급을 무기로 복종을 강요하고, D.P병인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을 향해서는 '더 많은 탈영병을 잡아오라'며 실적을 강요하기도 했다. 

시즌1에서 손석구가 악역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뒤 병사들을 이해하고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해 도모하는 인물로 갑작스레 바뀌었다. 

특히 김루리(문상훈 분)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한 손해 배상 재판에서 보여준 대사는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손석구는 "총기난사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명령을 기다리는 거죠"라면서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명령만 기다리면서 방관하는 건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을 위해 군대에 왔습니다.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왔습니다. 같이 생활을 하다가 누가 누구를 죽이는 일이 발생했는데, '나라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 증거가 없다. 직접적인 원인이 없다', 그런 나라를 위해서,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됐습니까"라고 덧붙였다.

과거 'D.P' 속 군대 내 가혹 행위로 인한 불상사가 연이어 일어나고, 이러한 가혹 행위 행태를 덮으려는 행태를 보인 군부 윗선을 제대로 저격한 대사였다. 많은 이들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대에 가는데, 다쳤을 때에는 '나 몰라라?'라는 행실이 이어졌던 실제 군대 행태를 풍자하기도 한 대사이기에,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손석구는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살인자 이탕(최우식 분)과 송촌(이희준 분)을 쫓는 형사 장난감 역할을 맡은 그는,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일품 연기를 선보였다. 무표정한 연기에서도 혼자만이 갖고 있는 슬픔과 울분이 모두 표현됐다. 손석구의 활약을 바탕으로 '살인자ㅇ난감'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손석구는 배우뿐 아니라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그는 지난 5일 1인 기획사가 아닌 제작사를 차린 소식이 전해졌다. 손석구는 다큐멘터리를 전공하고, 단편영화까지 제작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배우로서도 많은 경험을 했다. 그렇기에 손석구가 향후 어떤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일지 기대가 모인다.

이처럼 앞으로 손석구는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활동한다. 앞서 범죄도시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마동석이 배우로서의 경험과 자신의 터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매력을 살린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둔 만큼,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멜로와 액션에서 두각을 드러낸 손석구 역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손석구 필모그래피

△데뷔-2017년 넷플릭스 미국드라마 '센스8 시즌2'

△주요출연작

2018년 tvN 드라마 '마더'
2018년 KBS 2TV 드라마 '최고의 이혼'
2019년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2019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 'D.P'
2021년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2022년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2022년 영화 '범죄도시2'
2022년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카지노'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D.P 2'
2024년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