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10개월 연속 증가…낮아진 금리에 주담대 5조 늘었다
2024-02-14 12:00
한은, 2024년 1월 금융시장 동향 발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3조원 넘게 늘어나며 10개월째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규제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낮아진 시장금리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모가 5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대출도 한 달 전 보다 6조원 이상 늘어나며 증가 전환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이 취급한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전월 대비 3조4000억원 확대된 109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4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하며 1100조원에 근접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 10월 6조7000억원, 11월 5조4000억원, 12월 3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둔화하는 듯 했으나 1월 들어 반등했다.
가계대출을 끌어올린 것은 역시 주담대다. 1월 주담대 규모는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늘어난 855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1월 주담대 증가 폭은 역대 1월 중 기준으로 통계 속보치(2004년 1월) 작성 이후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한은은 대출금리 하락으로 인해 주택 거래량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주담대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월 3만7000호 △9월 3만4000호 △10월 3만2000호 △11월 2만7000호 △12월 2만4000호를 기록했다.
원지환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담대 증가 압력으로 작용했다"면서 "주택 거래량은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증감폭에 반영되는데 주택매매거래가 예상보다 조금 덜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모기지와 대환 대출 인프라에 따른 대출 확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원 차장은 "신청 자금 대부분이 대환 자금으로 구성됐다"며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소득 요건도 일정 부분 제한됐고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등 제약 요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환 대출 인프라 역시 대출 한도가 기존 대출의 잔여 금액으로 제한되고 있고 있어 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은행들이 개별 상품의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는 것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1월 중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41조9000억원으로 한 달 동안 1조5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원 차장은 "기타대출은 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감소하였으나 분기말 부실 채권 매·상각 효과가 있었던 전월에 비해 감소폭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자금이 융통된 기업대출 규모는 1254조4000억원으로 1월 중 6조7000억원 증가하며 상승 전환했다. 대기업대출의 경우 전년말 일시상환되었던 대출이 재취급되면서 운전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5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1월 기준 통계속보치(2009년 6월) 작성 이후 세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중소기업대출 역시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3조9000억원→+1조5000억원)했다.
한편 1월 은행권 수신자금은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15조2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예금금리가 연 5%대에서 연 4%대로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업의 재무비율 관리 목적 자금 유입이 늘고 가계의 연말 상여금 예치 등이 잇따르면서 수시입출식 예금 규모가 11조60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