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에 치인 현대차...고전하는 '태국 시장'

2024-02-14 05:00
태슬라, '가격 인하' 내세우며 '태국 시장' 공략 예고
현재 태국 내 전기차 80%는 중국차...1위는 ORA
현대차, 태국 공장 건설...동남아시아서 '두번째'

현대자동차가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인 태국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태국이 자체적으로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전기차 업체와 미국 테슬라 간 가격 경쟁까지 이어지면서 현대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태국의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량은 1만1025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8.54%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판매량은 24만176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06%,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판매량은 4만79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은 정부 주도의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규모 확대에 발 맞춰 규제 문턱도 낮추고 있다. 태국 정부는 전기차 관련 외국 기업에 △관세 인하 △세액공제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육성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오는 2030년까지는 연간 차량 생산량(250만대)의 3분의 1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모든 대중교통을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도 내놨다.

태국 시장이 커짐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도 태국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테슬라는 가격인하를 통해 태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진출 방식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로 남아있는 모델 3 또는 모델 Y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할인이다.

앞서 테슬라는 기존에 내연기관 차량을 운용하는 고객이 구매할 경우 5000달러(약 620만원) 할인을 제공하고 싱가포르에서 자동차를 운행하기 위해 필요한 차량취득권리증(Certificate of Entitlement, COE) 비용에 대해 추가로 5000달러를 제공했다. 

중국의 파상공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일찌감치 태국 시장에 진출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태국 전기차 시장은 현재 중국 업체들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태국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태국 내 전기차 브랜드 1위는 만리장성자동차의 ORA 자동차, 2위는 중국 상하이자동차 산하 MG자동차, 3위는 지리자동차의 자회사 볼보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와 테슬라의 부상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테슬라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태국을 기반으로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계는 경쟁자들에게 선점 효과를 빼앗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차도 분주하게 태국 시장 공략에 열을 쏟고 있다. 지난해 초 태국에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 태국 법인을 설립하고 정식으로 사업 활동을 시작했다.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40회 타이 국제 모터 엑스포 2023'에서 현대 아이오닉 5를 공식 출시했다. 아이오닉 5 모델은 한국 생산 공장에서 CBU(완전히 조립된 상태의 자동차)로 태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가 현지 특화 차량 출시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향후 현지 생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현지시간) 교도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태국에 연간 2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태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지난 2021년 1월 완성된 인도네시아 공장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완성차 공장이 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한다. 태국에서도 비슷한 계획을 세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방콕모터쇼에 전시된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