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조 관급공사서도 태영건설 사례 피해 막아야"···'하도급 직불제' 총선 전 국회 통과에 업계 주목

2024-02-10 12:00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태영건설]

올해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태영건설처럼 워크아웃을 선언하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해당 건설사와 거래한 영세 하도급 업체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민간공사와 달리 안전망이 부실하지만 규모는 47조원에 이르는 관급공사에서 도미노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관급공사에서도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 최근 발의됐지만 총선 전까지 기간이 많지 않아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건설 및 하도급업계에서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2일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주목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관급공사도 민간공사처럼 '하도급 직불제' 의무화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상 관급공사에서도 원사업자(건설사)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대금 지급을 1회 이상 지체한 경우에는 발주자(지자체·공공기관)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하도급 직불제를 도입한 상태다. 하지만 하도급 직불제가 의무 규정인 민간공사와 달리 관급공사에서는 의무 사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지속돼 왔다.

이번 법안은 태영건설 사태에서 하도급사가 대규모로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에 시급히 발의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도급 직불제가 의무화된 태영건설 사례에서도 하도급사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같은 안전망조차 없다면 영세한 하도급사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조사 결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92곳의 하도급사가 현장 대금 미지급,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대금지급기일 변경 등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관급공사도 최근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최근 조달청 따르면 관급공사 계약 규모는 2022년 47조635억원으로 지난 2018년 34조9627억원 대비 34.6% 늘었다. 같은 기간 관급공사 계약을 위해 조달청에 등록한 업체 수도 17만5128사에서 21만120사로 19.98% 늘었다.

다만 문제는 오는 4월에 예정된 총선 전까지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당 법안 자체는 여야의 이견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나 법안소위와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여야가 다른 문제를 놓고 대립할 경우 해당 법안도 통과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된다면 제21대 국회의 임기 마무리와 함께 법안이 자동 폐기된다. 이후 구성되는 22대 국회에서 이와 유사한 법안을 최대한 빠르게 발의해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안이 총선 전까지 통과하지 못한다면 관급공사 하도급사를 위한 안전망 도입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

건설 하도급사 관계자는 "관급공사에서도 하도급 직불제 의무화가 이미 늦어진 느낌이 있는데 더 늦춰지면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며 "수많은 영세 하도급사가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원 의원실 관계자는 "태영건설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올해 이미 관급공사에서도 하도급사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이기에 최대한 통과시키고 싶지만 총선 전까지 변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