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작년 영업익 5조원… 부동산 PF '타격'에도 선방

2024-02-07 17:02

여의도 증권가 [사진=픽사베이]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투자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악화됐지만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작년 연간실적(컨센서스 포함)은 4조94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22.43% 늘어난 수준이다.
 
실적 발표를 했거나 컨센서스가 나온 증권사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5110억원, 한국금융지주 9052억원(컨센서스), NH투자증권 7258억원, KB증권 6802억원, 삼성증권 7406억원, 하나증권 3340억원 손실, 키움증권 6500억원(컨센서스), 메리츠증권 8813억원, 대신증권 1840억원 등이다.

8일 실적 발표를 하는 신한투자증권도 컨센서스는 없지만 지주 기조에 따라 방어적인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실이 가장 많은 곳은 전년 대비 적자전환된 하나증권이다.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함께 부동산 PF 충당금,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해외대체투자 자산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작년 대손충당금은 1분기 290억원, 2분기 830억원, 3분기 780억원, 4분기 1240억원 등 총 3140억원을 적립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되지 않은 매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에 대해 영업이익을 산정하기 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하나증권은 작년 적극적인 리스크 방어를 했던 만큼 올해에는 실적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법인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여왔던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과 대체투자 관련 평가손실, 국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주주환원 기조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난 1월 자사주 1000만주 취득 발표 후 매입 중”이라며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2024년부터 3년간 적용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은 대내외적인 영업환경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보다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NH투자증권은 타사보다 충당금 적립액이 적었고, 트레이딩(상품운용) 손익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 PF 충당금 주요 원인이었던 태영건설과 관련해 익스포저 규모가 230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KB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배 급증했다. 상품운용 수익 등 영업부문 실적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당기순이익도 3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증권은 특유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투자은행(IB) 수수료 수익 등은 업황 불황으로 다소 줄었지만 보유자산 및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설정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강점으로 위기에 더욱 선호되는 사업자”라며 “대형사 중 브리지론 규모가 작으며 연간 충당금 적립도 제한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