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보조금 개편에 자동차업계 날벼락

2024-02-08 05:00

정부가 배터리의 효율성과 재활용성을 평가해 지원을 차등화하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수입차 중에서도 기존 보조금 상한선인 5700만원을 겨냥해 차량 가격을 책정한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전기차 상승세가 다소 꺾인 가운데 이번 개편안이 전기차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2024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이하 보조금 개편안)을 공개함에 따라 작년 전기차 보조금 최대 지원 기준인 5700만원에 맞춰 차량 가격을 책정했거나 가격 합리화를 위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은 난처한 입장이다.

이번 전기차 개편안의 핵심은 ▲전기승용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기존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낮추고 ▲1대당 전기승용차 보조금 지급 최대치도 650만원으로 30만원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테슬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을 5699만원에 출시해 보조금 100% 혜택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모델Y는 지난해 수입 전기차 가운데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러한 가격 이점을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비슷하게 가격을 측정한 폭스바겐 ID.4(5690만원)와 폴스타2(5590만원)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 진출을 앞둔 중국 경소형 전기차 업체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의 5대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는 마사다 QQ·EQ1·EQ1프로를, 장링자동차(JWC)는 EV3 등 4종을 오는 5~6월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사전 계약 몰이에 나섰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마사다QQ 측은 국고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받을 경우 900만원대에 살 수 있다고 광고해왔지만, 이번 보조금 개편안에 따라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업체들은 아직까지 말을 아끼면서 신중한 입장이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간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 100% 지급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옵션 조정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발표안이 확정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보조금 금액은 2월 중순에야 나올 것으로 안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차는 통상 6개월 전에 수입 차량을 발주하는데, 매년 갑작스럽게 보조금 정책이 바뀌면서 수입차에게는 불리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번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싼 차를 비싸게 사야 하는 역설적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업체들이 값싼 LFP 배터리를 탑재해 차량 가격을 낮추는데, 이런 차량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깎이면서 가격 인하 효과가 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판매량이 최근 들어 주춤한 가운데 이번 개편안에 따라 전기차 판매량 약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완성차 제조사의 경우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해, 신형 전기차 출시 때부터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이번 환경부 정책 변화로 보조금 규모가 줄어든다면 판매량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오전 서울시내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이 주차된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