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불완전판매 행원만 죄인?] "민원조사,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3자 대면' 방식 논란

2024-02-07 18:00
당국 관계자·민원인, 문제 캐내려는 입장
"2대1 구도로 조사 이뤄지는 것처럼 느껴져"
판매 행원, 심리적 압박감 극심

[사진=연합뉴스]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한 금융당국의 불완전판매 민원조사 방식을 두고 은행권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조사의 경우 '당국 관계자·민원인(홍콩 H지수 ELS 가입자)·판매 행원'이 모여 '3자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식 조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관계자와 민원인이 사실상 문제를 캐내려는 입장이다 보니, 2대 1 구도로 조사가 이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주장이다. 당국은 설 연휴 이후 2차 현장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인데 은행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면담을 하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홍콩 ELS 불완전판매 조사에 대한 견해를 전달했다. 일부 민원조사에서 3자 대면 형식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민원인·판매 행원 등에 대한 각자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요구에 대해 민원인과 판매 행원 간 입장 차가 극명히 갈릴 경우 3자 대면 방식의 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해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금융노조 측은 설명했다. 

일부 은행권에선 3자 대면 조사 방식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물론 조사를 진행하는 당국 관계자가 원칙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겠지만, 최근 분위기와 맞물려 불완전판매 문제를 광범위하게 캐내려 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조사를 받는 판매 행원의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홍콩 ELS 손실 우려가 확산되자 대통령실까지 나서 금융당국이 살펴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타가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이어졌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당정의 압박 속에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해당 사태를 불완전판매로 매듭짓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노조 관계자는 "사실 관계에 대해 민원인과 판매 행원을 각자 조사를 해도 무방한데, 굳이 3자 대면 방식을 취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민원인들이 가족들을 동반한 경우도 있고, 민원인들 가운데 감정이 격앙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판매 직원들이 조사 중 굉장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입회도 요청했지만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은행 측 관리자급 인원 1명이 참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역시도 해당 관리자가 유리한 발언을 할까 발언권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렇게 진행된 일부 민원조사에서 단 한 건이라고 불완전판매로 판명날 경우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현장조사에서 모두 불완전판매로 엮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상존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원조사에서 은행별 이해상충이 큰 건수는 많지 않지만 이 중 단 한 건이라도 불완전판매로 판명날 경우 현장조사 건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불완전판매로 비칠 공산이 크다"며 "곧 있을 금융당국의 2차 조사에서는 판매 행원들의 심리적 압박감을 덜어주는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