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원점으로…사모펀드 엑시트·경영 주도권 문제가 발목

2024-02-07 11:21

HMM의 새 주인 찾기가 결국 무산됐다. 하림 측이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한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매각 측이 이를 끝내 수용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될 것으로 파악된다.

7일 KDB산업은행(산은)은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과 해진공은 7주에 걸친 협상 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양 측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주식 매매 계약 및 주주 간 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양측은 한 차례 협상 기간을 연장해 6일 자정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주주 간 계약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주주 간 계약에는 HMM의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5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측은 주주 간 계약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안, JKL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하는 안 등을 요구했다. 오랜 우군인 JKL과의 컨소시엄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다, 인수 후 최대주주 지위는 갖더라도 경영 주도권을 일부 뺏길 수 있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하림 측은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필요한 JKL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을 5년이 아닌 3년으로 줄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매각 측은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JKL과 같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출자자(LP)의 자금을 투자해 최대의 이익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주주 간 계약에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을 5년으로 두면서 엑시트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하림은 컨소시엄에서 JKL를 빼는 방안까지도 고려했지만 매각 측이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합의가 최종 불발된 것으로 파악된다. 60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한 JKL이 빠지면, 팬오션 유상 증자 3조원과 인수 금융 2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1조4000억원을 하림이 홀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하림은 매각 측에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3년간 유예, 배당제한 등을 제안했지만 인수를 위해 이 같은 요구를 모두 철회하고 매각 측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1조6800억원의 잔여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은 32.8%로 하림의 38.9%와 큰 차이가 없게 되고 3년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JKL의 엑시트와 관련해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HMM 매각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매각 측, 특히 해진공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진공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주주 간 계약 등 매각 전제 조건을 바꿔가며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림 측도 이번 협상 결렬에 입장문을 냈다.

하림그룹 측은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매각 이후에도 경영권을 쥐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림그룹 측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H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