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등기임원 복귀 임박...첫 스텝에 쏠린눈

2024-02-06 18:40
설 명절 연휴 해외 현장 찾아 글로벌 행보...7일 오후 UAE 출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삼성전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공식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하급심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를 인정받아 사법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낸 만큼 재계는 이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전달할 대외 메시지와 'JY 시대'를 맞아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첫 공식 발언을 기대하는 눈치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성급히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당분간 경영 구상의 시간을 가지며 주요 메시지를 다듬은 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집무실이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1심 무죄판결 직후 일부 계열사에서는 비상회의를 소집하기도 했지만 그룹 전반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검찰의 항소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당분간 낮은 자세로 조용한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법리스크를 벗은 이 회장의 첫 공식 일정은 오는 9~12일 설 연휴를 활용한 해외 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행선지는 아랍에미리트(UAE)다. 이 회장은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근로자를 격려하고, 업무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현지 임직원들과 추석을 보냈고, 2022년에는 멕시코 내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현장을 방문해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평소에 '명절에 해외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JY 시대'를 여는 첫 공식 행사로는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가 꼽힌다. 이 회장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2016년 10월 삼성전자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를 맡았다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5개월만에 구속됐다. 이후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됐고, 연임하지 않아 지금은 공식적인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는 상태다.
 
다만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더라도 그의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비등기이사임에도 그룹 총수로서 미래 먹거리 육성과 신사업 발굴, 대통령 경제사절단, 2030 부산엑스포 유치활동 등 굵직한 이슈를 직접 챙겨왔다. 다만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상징성과 함께 법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포함된 만큼 이 회장의 그간 행보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인 상태다. 
 
다음달 22일 삼성전자 창립 86주년 기념 행사에서 이 회장이 내놓을 경영 메시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회장은 2020년 "삼성이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는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또 이듬해에는 "투자와 고용창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올해는 글로벌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주력 산업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뉴 삼성' 도약을 위한 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낼 메시지는 현재 삼성이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도 임직원들에게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앞으로의 경영 철학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