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세계 시총의 50%…중국은 반토막

2024-02-06 15:50
텐센트·알리바바마저 주르륵…투자자들 中 증시 손절
AI 붐·경제 강세에 美 시총, 6경 7641조원
제재·예측 불가 규제 등에 中 증시 위축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미국 기업 주가가 천장을 모르고 치솟는 가운데 중국 증시는 경기 둔화, 당국의 과도한 규제,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미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마저 고꾸라지면서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 ‘손절’에 나섰다.
 
6일 닛케이아시아는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이달 2일 기준으로 미국 상장사 시총이 총 51조 달러(약 6경7641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시총 중 약 절반(48.1%) 수준이며 2003년 9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세계 시총에서 홍콩을 포함한 중국 기업 비중(달러 기준)은 10%에 그쳤다. 2015년 기록한 최고치인 20% 대비 반 토막이다. 중국 기업 시총은 올해 들어 1조7000억 달러나 증발하는 등 해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미·중 증시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와 아마존은 분기 호실적 등에 힘입어 올해 시총이 5100억 달러나 늘었다. 반면 중국 기술 대기업인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홀딩스는 같은 기간 시총이 310억 달러나 증발했다.
 
경기와 AI 혁신 등이 미·중 증시의 운명을 갈랐다. 미국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예상을 깨고 활황을 유지하는 데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업들이 AI 분야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반면 중국은 경기 둔화의 늪에 빠졌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은 AI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도 못 내고 있다.
 
세계 주요 500대 기업 현황을 통해서도 미·중 증시의 엇갈린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상위 500개 기업 중 미국 기업은 총 236개로 3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이와 달리 중국 기업은 35개로 같은 기간 약 60%나 줄었다. 검색 대기업 바이두, 온라인 유통업체 징동닷컴, 전기차 제조사 니오 등은 500대 기업에서 탈락했다.
 
한때 세계 시총 10위 안에 들었던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한때 인구 14억명의 거대 시장인 중국을 발판으로 성장세가 고공 행진할 것이란 장밋빛 미래로 가득 찼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들 기업은 활력을 잃었다. 일부 기업은 성장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식료품 기업 프레시히포와 소매업체 알티마트 등 일부 자산을 매각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중국 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점도 중국 증시에 악재다.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로 인해서 엔비디아의 최고 성능 칩인 H100 및 A100에 대한 접근이 막혀 있다. 엔비디아가 생성형 AI 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의 AI 기술 개발은 미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은 필요한 칩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려 하지만 미국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해 중국이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SMIC의 시총은 올해 들어 약 25%나 급감했다.
 
중국 당국의 예측 불가능한 규제도 증시에 부담이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지난해 12월 게임 머니 충전 한도에 제한을 두는 등 규제 초안을 공개한 후 중국 게임주는 대폭락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만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당국 관계자들에게 주식시장과 부양책에 대한 보고를 받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시기는 미정이다. 중국은 공매도 제한에 이어 지난달 말에 2조3000억 위안(약 423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시 부양에 나섰지만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