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후 미국 웃고 유럽 울었다…재정·에너지·교역에 성장 격차 확대

2024-02-01 12:00
한은,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 BOK 이슈노트 발표

[사진=AP/연합뉴스]

지난 2022년 엇비슷한 수준이던 미국과 유럽 간 경제성장률이 코로나 엔데믹 이후 성장률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각국의 재정정책과 에너지, 교역상황에 따라 회복세가 천차만별로 나타나면서 성장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1일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를 통해 "글로벌 고물가와 이에 대응한 긴축정책 전개 과정에서 미국이 예상 밖의 빠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유로지역은 부진하면서 성장 흐름이 차별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미국과 유럽 간 성장률 격차가 커진 단기 요인으로 크게 3가지(△재정정책 △에너지가격 충격 △교역부진)를 꼽았다. 이 중 재정정책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지원의 상당 부분이 가계에 직접 지원돼 가계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서 초과저축 축적을 통해 향후 소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유로지역은 가계 재정지원 규모가 미국의 절반에 그쳤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천연가스 수급차질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로지역 내 물가 상승과 실질 구매력 저하로 이어졌고 글로벌 교역 위축 속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둔화 역시 미국보다 무역개방도가 높은 유로지역에서 더 크게 파장이 일었다.

한은은 이 같은 단기적 요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져 성장률 격차가 점차 좁혀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생산성과 노동력 격차 등 구조적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두 지역 간 성장률 격차(연 평균 0.9%포인트)를 성장회계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 성장률(0.5%포인트)과 노동투입(0.4%포인트)에 기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수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미국은 벤처캐피탈 등 자본시장을 바탕으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 AI 및 자율주행 등 첨단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민자들도 생산성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면서 "반면 유로지역은 관광과 전통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첨단산업에 대한 정책적 육성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로지역에서도 고령화 이슈가 노동투입 감소에 따른 추세적 성장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유로지역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연평균 0.1%씩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반면 미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연평균 0.5%씩 증가했다. 2022년 발표된 UN 통계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 같은 고령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인구구조에 따른 성장격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은은 구조적 여건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두 지역 간 성장률 격차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도 고령화라는 노동투입 측면과 첨단산업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라는 생산성 측면의 도전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컨대 적극적인 이민정책과 저출산 정책을 병행해 노동력 감소세를 완화하는 한편 신성장 산업에서 혁신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