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세···'엘리트'마저 억단위 '뚝'

2024-01-28 18:30
거래 가뭄 장기화에 8주 연속 내리막
잠실엘스 전용 27㎡, 일주일새 1.3억↓
강남도 타격···한달새 3.5억 빠진 곳도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가격이 8주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집값 불패로 여겨지던 잠실동 대장주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중에서도 한 달 동안 1억원 가까이 하락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최근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27㎡가 지난 22일 매매가격 8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 13일과 10일엔 각각 10억2500만원과 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약 1주일 새에 1억3000만원 하락한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12일 2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 11일에는 23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하루 사이에 5000만원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A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가격이 내려가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의 문의도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은 일부 단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 주(지난 1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송파구의 하락률이 0.13%로 낙폭이 가장 컸다. 가락‧잠실‧문정동 대단지 위주로 가격이 내렸다고 부동산원은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며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일부 단지에서 매물가격 조정에 따른 하락 거래 발생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하락세가 송파구 이외에 강남 3구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면적 96㎡는 지난 12일 매매가격 3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직전 거래였던 지난해 12월 18일에 35억297만원으로 거래됐다. 한 달 사이 가격이 3억5000만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실제 KB부동산이 공개하는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0.14% 하락해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시총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강남의 주요 아파트 단지 가격도 반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아파트 가격의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다만 당분간은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