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의 코인리뷰] 비트코인 끌어내리는 그레이스케일 매도세…도대체 언제까지

2024-01-25 17:30
GBTC→블랙록 ETF 갈아타기 수요 높아
기관투자자 록업 물량 차익 실현도 영향
'반감기 호재' 4월까지 가격 조정 이어질 듯
중장기적으론 "기관 투자자금 유입 긍정적"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미국 상장 이후 비트코인이 흘러내린 주된 원인으로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에서 운용하는 ETF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가 꼽힌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쏟아지면 "2억원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밋빛 전망을 그렸던 투자자들의 실망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54% 떨어진 549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일주일 전 대비 7% 가까이 떨어졌다. 상장 당일 대비로는 약 20%까지 빠진 수치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만큼 차익 실현에 대한 하방 압력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그레이스케일이 꼽힌다. 그레이스케일은 2013년부터 10년 동안 기관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GBTC 신탁 상품을 운용하다가, 이를 현물 ETF 상품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GBTC를 처분하면서 그레이스케일은 줄곧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전환 상장하기 직전 기준으로 그레이스케일의 자산운용규모(AUM)는 29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일주일간 GBTC에서 35억 달러(약 4조5000억원)가 나갔지만 함께 상장된 다른 10개의 ETF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GBTC에 있던 기관 자금이 블랙록 등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로 이동한 것이다. 특히 블랙록과 피델리티 ETF의 AUM은 각각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레이스케일 GBTC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벤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승인 후 매도세를 이어가며 GBTC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블랙록의 IBIT를 비롯해 그레이스케일의 GBTC, 피델리티의 FBTC, 아크인베스트먼트의 ARKB, 발키리의 BRRR, 비트와이즈의 BITB, 인베스코와 갤럭시디지털의 BTCO, 프랭클린 템플턴의 EZBC, 반에크의 HODL, 위즈덤트리의 BTCW 등 11개다.
 
GBTC 갈아타기 수요 높아진 이유는
GBTC에서 갈아타기 수요가 높아진 이유는 1.5%대의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블랙록 수수료는 0.25%에 불과하다. 통상 경쟁사 운용 상품이 0.2~0.3%인 점을 감안하면 GBTC는 5~6배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수수료 0% 정책을 펼치는 운용사도 나타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6개월 록업으로 팔지 못했던 ETF 전환 전 GBTC 보유물량의 차익 실현도 GBTC 매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이 기존에 판매하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투자신탁'은 기관투자가 및 적격투자가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한 상품이라 6개월의 록업 기간을 거친 뒤에야 상품을 매도할 수 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GBTC 자금 유출은) 비트코인 가격 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관들이 6개월 록업으로 팔지 못했던 ETF 전환 전 GBTC 보유 물량을 차익 실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반감기를 앞두고 ETF 출시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위해선 GBTC 외 ETF의 AUM(순자산총액) 확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산한 가상자산거래소 FTX도 그레이스케일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10억 달러치를 매도했다.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지난 11일 이전 FTX는 GBTC 2228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3분의2 이상을 팔아 800만주에 못 미치는 물량만 보유하고 있다. GBTC 2228만주는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물량이 FTX로부터 나오면서 비트코인 하락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조정 4월까지…"중장기적 시각 필요"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오는 4월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년 만에 도래하는 반감기로 비트코인의 블록당 채굴 보상이 반으로 줄어든다. 지난 세 차례 반감기 사례를 보면 공급 감소에 따른 희소성 증대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가져왔다. 반감기 도래 전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메사리는 2024년 가상자산 전망 리포트에서 "비트코인이 이전과 같은 100배 수익률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2024년에 비트코인은 다른 자산군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일 금과 최종적으로 가치가 동등해지면 비트코인 가격은 60만 달러(약 8억원) 이상이 된다"면서 "금에 대한 매크로 호재는 비트코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금 가치를 반드시 비트코인 가치의 상한선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시각으로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서서히 ETF로 유입돼 비트코인 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자금 유입은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며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전세계 ETF 자금이 중장기적으로 1~3%가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약 1000억~3000억 달러(약 396조원) 규모"라고 진단했다. 현재 전 세계 ETF AUM은 약 10조 달러(약 1경3210조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