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기고 불에 탄 손상화폐 작년 한 해에만 4.8억장…에베레스트산 16배 높이

2024-01-24 12:00
한은, 2023년 중 손상화폐 폐기 규모 발표

불에 탄 은행권 [사진=한국은행]

지난해 불에 타거나 찢어지는 등 손상돼 폐기된 화폐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대면거래 증가 등으로 화폐 환수가 정상화된 데다 시중금리 상승 영향으로 환수금액이 예년 대비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중 손상화폐 폐기 규모'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폐기된 손상화폐는 총 4억8385만장으로 집계됐다. 폐기화폐 규모는 1년 전 같은 기간(4억1268만장)보다 17.2%(7117만장)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3조8803억원 수준이다. 폐기된 지폐를 낱장으로 길게 이으면 6만2872㎞에 이르는데, 이는 경부고속도로(415㎞)를 약 76회 왕복한 거리다. 총 높이는 14만159m로 에베레스트산(8849m)의 16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253배에 달한다.

지난해 폐기된 주화(동전) 역시 5653만장으로 파악됐다. 금액으로는 79억원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폐기화폐 증가세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세 진정 이후 대면 상거래 회복에 따른 화폐환수 경로의 정상화, 5만원권 유통수명 도래에 따른 손상권 증가, 시중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환수금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권종별로는 1만원권이 2억3775만장으로 전체의 55.6%를 차지했고, 1000원권이 1억4369만장(33.6%)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5만원권(2493만장, 5.8%), 5000원권(2095만장, 4.9%) 순으로 파악됐다. 동전 가운데는 100원(3391만장, 60.0%), 10원(980만장, 17.3%), 500원(837만장, 14.8%), 50원(444만장, 7.9%) 순이었다.

주요 손상 사유로는 화재로 불에 타거나 물에 젖어 손상된 경우,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 방법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서울에 사는 이모씨는 자택 화재로 보관 중이던 은행권 1900만원 상당을 교환받았다. 인천에 사는 이모씨는 습한 장소에 장기간 보관해놨던 지폐 1500만원 상당을 교환받았고 전남에 사는 홍모씨 역시 1500만원 상당의 지폐를 땅속에 묻어두었다 습기로 상해 은행을 찾았다. 훼손된 동전도 교환이 가능하다. 광주에 사는 장모씨는 연못에서 수거한 손상주화 340만원 상당을 교환받았다.

손상된 지폐는 기존 면적의 4분의3 이상 남아 있다면 액면 금액 전액을, 원래 면적의 5분의2 이상, 4분의3 미만이면 액면 금액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남아있는 면적이 5분의2 미만일 경우 무효로 처리되는 만큼 원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전 역시 손상되거나 기타 사유로 통용에 적합하지 않은 주화는 액면금액으로 교환할 수 있으나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운 주화는 교환이 불가능하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를 깨끗이 사용하면 매년 화폐제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돈 깨끗이 쓰기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