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로 넘어간 HMM 매각 '본계약'...노조 파업 변수

2024-01-24 05:00

하림의 HMM 인수 본계약이 결국 1월을 넘기게 됐다.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과 하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다.
 
양측은 설 연휴 전에는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업계는 파업 등 변수로 인해 본계약이 더욱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각 본계약을 앞둔 HMM은 현재 영업활동을 제외한 주요 투자를 멈춘 상태인데 본계약 협상이 길어진다면 새로운 글로벌 해운동맹 구축, 신규 투자 등 주요 현안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일 채권단과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당초 이날까지였던 ‘HMM 매각을 위한 주주 간 계약 협상 시한’을 다음 달 6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하림의 자기자본 비율과 조달계획 등을 문제 삼았으며, 하림 측은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 처리 문제 등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채권단이 가진 HMM 주식 3억9879만주(57.9%)에 대한 거래금액으로 6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자금은 팬오션의 유상증자 3조원과 JKL파트너스의 자금 5000억원을 더해 3조5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하림지주의 현금성 자산과 2조원 규모의 인수금융으로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하림의 자금조달 계획에 여전히 의문을 가질 뿐 아니라 인수금융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너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은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하림은 당초 3조5000억원 수준의 인수금융을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은 자금조달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으나, 산은이 자기자본 비율을 최소 절반 이상은 가져가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팬오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다.
 
하림은 산은과 해진공의 1조6800억원 규모 HMM 영구채 전환 계획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매각 조건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은 파업을 예고했다. HMM의 해상직 노조인 해원연합노동조합(이하 해원노조)은 지난해 10월부터 7차례 진행된 2023년 임단협에서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 16일 단체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해원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하기로 했으며, 만약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육상직 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 역시 해원노조와 연계한 쟁의활동을 검토 중이다. 
 
특히 이들 노조는 하림의 HMM 인수를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토론회를 열면서 임단협과 매각 현안을 연결하는 중이다.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임단협 요구안뿐 아니라 HMM 매각 반대 주장도 함께 제기할 예정이다.
 
HMM 노사 갈등이 길어질수록 노조 측은 채권단의 하림 매각 결정을 문제 삼으면서 임단협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관측이다. 하림이 임단협 주체가 아닌 만큼 노조를 달랠 어떤 대안도 제시할 수 없어 임단협이 길어질수록 하림의 HMM 인수 여론도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협상이 길어짐에 따라 HMM의 투자시계는 최소 설 연휴까지는 멈출 전망이다.
 
당장 폴라리스쉬핑 인수에 대한 1000억원대 FI(재무적투자자) 참여 등을 철회한 상태며, 이 밖에도 컨테이너 선복량·벌크선대 확대, 친환경 투자 등 올해 사업계획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을 자제하라는 채권단의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H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