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시행령 개정] 稅 부족 심각한데...2000억원 추가 세수 감소

2024-01-23 15:00
기재부, 2023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 발표
신성장·원천기술 범위 확대 등으로 1000억~2000억
금투세 폐지 등 감세 정책 잇달아...나라곳간 우려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의 세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으로 1000억~2000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터라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금을 깎아 주는 만큼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법+시행령 시행되면 세수 감소 7000억 육박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에서 위임한 사항 등을 규정하기 위한 21개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2월 말 공포·시행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 범위 확대, 부가가치세 영세율과 사후 환급 대상 기자재 확대 등으로 약 1000억~2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법인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를 제외한 수치다. 앞서 정부는 '2023년 세법 개정안' 시행으로 세수가 4719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번 시행령 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감소분은 5700억~6700억원에 달한다. 
 
금투세 폐지·거래세 인하 예고···부족한 세수 어디서?

지난해 약 60조원의 역대급 세수 펑크로 나라 곳간 사정이 좋지 않다. 세수 확충이 절실한 상황인데 정부는 감세 정책만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해 7월 세법 개정안에 담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감세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 관련 세수만 4조1400억원 줄어들게 된다. 금투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 추정분만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이다.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진행돼 온 증권거래세 인하도 그대로 지속돼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0조1491억원의 세입이 감소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정했다. 연평균 2조원 규모다. 최근 발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로 연간 2000억~3000억원이 추가로 감소한다.   

정부는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시설투자에 대한 임시투자 세액공제를 1년 연장하기로 했는데 이로 인한 감세 효과는 1조5000억원 정도다.  

세 부담을 덜어주면 소비·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돼 오히려 세수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기재부는 최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조세 정책 과제들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시경제 전체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 평가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발표된 정책 과제들은 투자·소비 등 내수 경기 회복·성장을 뒷받침하고 세원을 근본적으로 확충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금을 깎아 줬는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재정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앞선 이명박 정부도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지만 낙수 효과가 미미했고 그 여파로 박근혜 정부 때는 소득세·담뱃세 인상 등으로 빈 곳간을 채워야 했다.

정부 지갑이 홀쭉한데 정해진 지출 계획을 시행하려면 외부에서 돈을 빌려 올 수밖에 없다. 국가 채무에 잡히지 않는 자금 차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의 일시차입금이 꼽힌다. 정부가 지난해 세수 부족을 이유로 한은에서 빌린 누적 일시대출금 규모는 117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 지출이 여느 때보다 많았던 2020년(103조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치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행령 개정안과 감세 정책 등으로 세수 여건이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은의 일시차입금, 기금 여유 재원 등도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돈이라 경제 전반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도 "정부가 필요한 감세는 할 수도 있지만 재원 마련 대책이 확실해야 한다"면서 "재원 대책이 없는 감세는 결국 국가부채를 키우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