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왕좌의 게임] 중앙회장 선거, '2강 1중'…송영조·강호동 각축
2024-01-19 05:00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신임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농업인 조합원 206만명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인 비상임·명예직임에도 국내외 농협경제사업을 비롯해 6500여 개 농협금융과 지역조합을 이끄는 수장으로 이른바 '농통령(농민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로 17년 만에 부활한 조합장 직선제와 연임이 불발된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 표심 등이 꼽힌다. 직선제 도입으로 투표권자가 4배가량 늘면서 과거 대의원 300여 명이 참여하는 간선제로 치르던 선거보다 지역 구도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18일 농협에 따르면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오는 25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는 후보자 8명이 출사표를 낸 상태다.
현재 판세는 강호동 후보와 송영조 후보가 선두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전·충남권 지지를 토대로 3선 조합장인 조덕현 후보가 추격전을 벌이는 '2강 1중' 구도다.
강호동 후보는 지난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3위로 고배를 마셨으나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선거를 준비하며 최근까지 가장 많은 지지세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이사와 대의원을 지낸 5선 조합장인 강 후보는 △무이자 자금 20조원 농·축협 지원, △농협금융 수익 3조원 달성 △공공형 계절근로 지역농협 적자액 전액 중앙회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송 후보 선거 공약은 △생산·소비 혼합형 협동조합 △농협중앙회·경제지주 재통합 △중앙회·계열사 임원 3분의 2 이상 조합장 선임 등이다.
일부 후보자는 송 후보가 도시 농협 출신이라고 공격하지만 이런 비판이 장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3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40% 정도 조합장이 새 얼굴로 교체된 만큼 출신보다는 인물 경쟁력과 대안 제시 역량을 집중적으로 살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유일한 충청권 후보로 해당 지역 지지세가 강한 조덕현 후보의 추격도 거세다. 중앙회 감사위원과 대의원을 지낸 조 후보는 3선 조합장 출신으로 다른 후보보다 경력은 짧지만 이성희 현 회장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장 전원이 참여하는 직선제가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이번 선거는 투표권 총수 중 과반 투표에 이은 과반 득표로 결정된다. 조합장 1111명이 투표에 참여하지만 조합원 수 3000명 이상인 조합에는 2표가 부여돼 전체 표는 총 1252표다.
그간 선거에서 과반 득표로 선출된 사례는 없었던 탓에 이번에도 결선 투표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지만 선거인 수가 크게 늘어난 만큼 1차 투표에서 과반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선거전이 격화하면서 금품 살포설이 나돌고 후보 간 비방도 난무하고 있어 당선인 확정 후에도 작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앞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은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임기 중 재판을 받고 2심에서 90만원 벌금형이 나와 간신히 당선 무효를 피했으나 임기 후 열린 최종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150만원 벌금형이 확정된 바 있다.
농협 관계자는 "사실 이번 선거는 이성희 현 회장 연임 시도 때부터 복마전이 펼쳐진 것"이라며 "일부 후보 측에서 금품 살포설이 꾸준히 나오면서 공정한 선거를 원하는 다른 후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