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車시장, 대기수요 소진·금리인상으로 성장률 2% 그칠 것"

2024-01-18 14:20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예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시장 성장률이 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성장률 또한 둔화되면서 완성차 업체간 가격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에서 협회 신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2023년 결산 및 2024년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양 상무는 올해 자동차 시장 키워드로 △수익성 둔화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 심화 △중국 자동차 업체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를 통한 차별화 확대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는 “올해는 주요 시장의 대기수요 소진과 금리인상 영향이 상반기에 집중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산업수요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8412만대일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미국 1592만대, 서유럽 1498만대, 중국 2209만대, 인도 428만대 등이다. 성장률로 보면 인도가 3.5%로 가장 높고 서유럽(2.7%), 미국(2.0%), 중국(0.7%) 순이다.

양 상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에 대해 “지난해 완성차 업체들의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미국과 서유럽 중심으로 대기수요가 실현됐고 특히 인도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하며 회복세를 견인했지만 올해는 주요 시장의 대기수요 소진과 금리인상 영향이 상반기에 집중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금리 국면과 주요국 정권 변화 가능성, 미국 대선 등 중단기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있다”며 “특히 미국 대선의 경우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등 전기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자원의 무기화가 심화할 것도 예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내수 시장의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올해 내수 시장은 167만대로 전년 대비 2.2% 줄 것으로 예측된다. 양 실장은 “높은 할부 금리가 부담으로 지속되고 소비심리 회복이 미뤄지면서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6% 감소한 총 1646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업체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전기차 시장은 주요 업체들의 가격 인하와 저가형 모델 출시 확대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중요한 관문을 맞을 수 있다. 전기차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위해선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의 ‘합리적 가격(Affordable Price)’ 달성이 필수적인 만큼 업체들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 실장은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원인을 단기적 관점과 중·장기적 관점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측면이 있겠지만 이렇게 이해해서는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며 “가격 경쟁의 포인트는 전기차의 대중화”라고 강조했다.

양 실장은 “테슬라나 BYD 같은 경우 전기차 제조를 통해서도 충분한 마진을 남기고 있다”며 “이미 중국은 전기차 대중화 단계고 유럽은 초읽기에 있고, 미국은 아직 대중화 진입 직전인만큼 OEM 입장에서 가격을 낮춰야 시장을 장악하고 점유율을 늘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연간 판매 수요 및 전망 추이 [사진=자동차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