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신뢰 회복 나서는 넥슨…이용자 마음 돌릴까

2024-01-17 15:40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과징금 처분·이용자 신뢰↓
지적받은 아이템 신규 판매 중단 '초강수' 결단

넥슨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돔형 건축물 '스피어(Sphere)'에 메이플스토리 글로벌 광고를 진행했다. [사진=넥슨]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 확률 변경 미공지로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넥슨이 게이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문제가 된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전격적으로 판매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메이플스토리가 여전히 주력 게임이니만큼 악화된 여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라이브 방송을 통해 '큐브' 신규 판매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내 장비 아이템에 최대 3개까지 붙는 잠재능력을 무작위로 재설정하는 데 쓰이는 아이템이다. 넥슨은 이용자 선호가 높은 특정 잠재능력 옵션이 공지된 확률보다 덜 나오거나,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을 변경했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에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큐브 판매 중단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공정위에 따르면 큐브 매출은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한다. 넥슨 내부적으로는 매출 비중이 40%까지 이르는 것으로 본다. 2020년 기준으로 메이플스토리의 매출이 넥슨 전체 매출의 약 19%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 내 비중은 물론 넥슨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작지 않은 셈이다. 단기적인 매출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회사 측은 이용자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넥슨은 지난 2021년 3월 큐브 아이템 확률 변경 미공지 사태가 처음 알려진 이후에도 비교적 빠르게 대응했다. 그해 12월 전 세계 최초로 각종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쉽게 조회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도입했고, 이듬해 12월에는 이용자가 직접 확률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스로 확률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를 선보이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메이플스토리 '사설서버' 근절에도 주력하고 있다. 사설서버는 게임사 허락 없이 데이터를 무단으로 변조, 임의로 서비스하는 게임을 일컫는다. 넥슨이 지난해 9월 미국 법원에 제출한 자료 보면, 넥슨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메이플스토리 사설서버만 30여곳에 달한다.

지금까지 최대 사설서버인 '로얄메이플' 홈페이지가 폐쇄되고, 여러 사설서버의 디스코드 채널이 삭제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사설서버들을 조직적으로 운영한 주범들을 검거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메이플스토리 사설서버 이용 기록이 확인된 400여개 계정을 차단 조치했다. 넥슨 관계자는 "법무법인을 통해 불법 사설서버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를 준비하고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으며 잇따라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자들의 신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넥슨 행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메이플랜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메이플랜드는 메이플스토리가 처음 출시된 2007년 버전을 토대로 한 게임으로, 수차례 대형 업데이트를 거친 메이플스토리와는 게임성이 다르다. 편의성 등에서는 뒤처지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거의 없고 어릴 적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던 추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다.

소송도 변수다. 2021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가 큐브 아이템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된 법정 다툼은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이용자가 패소했지만, 2심에서 이용자가 반환을 청구한 금액의 5%(약 57만원)에 대한 배상 결정이 나왔다. 업계는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대법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판결 결과에 따라 집단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