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CES 2024, "인류를 위한 기술 혁신' 외쳤다
2024-01-16 06:00
매년 새해 벽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CES(소비자전자쇼)가 성황리에 4일간에 걸친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CES 2024는 전자‧ICT(정보통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기술혁신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기업은 물론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전시회다.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시작되어 초기에는 가전 제품 및 기술을 중심으로 열렸다. 2000년대 들어 자동차 분야로 확대되면서 그 영향으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없어질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로봇, 드론, 우주, 헬스케어, 푸드테크, 스마트시티, 5G,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사실상 전 분야를 망라하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 기술 이벤트가 되었다. 세계가 과학기술이 기업과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기술패권 시대로 접어들면서 CES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챗(Chat)GPT 등 생성형 AI 열풍이 CES 2024의 핵심 화두가 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할 수 있다.
올해 CES 2024에는 150여 개국에서 4300개사가 전시업체로 참여하여 작년 3200개를 훨씬 상회하였고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20년 역대 최고였던 4500개사에 거의 근접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참관 인원은 13만5000명으로 2020년 18만명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작년의 11만5000명보다 2만명 더 참관하여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경제 불황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감안하면 CES의 규모나 위상이 사실상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능가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 전시업체 수를 비교해 보면 1위는 주최국인 미국으로 1201개, 2위는 중국으로 1115개, 3위가 한국으로 784개다. 우리나라는 작년 598개 기업이 전시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여 CES 주관기관인 CTA(소비자기술협회)도 CES 2024의 핵심 키워드가 ‘Korea’라며 향후 CES의 주도국으로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우리 스타트업‧벤처 기업 참여가 역대 최고인 600개로 증가세가 눈부셨다. 스타트업 기업의 글로벌 경연장이 되고 있는 유레카관에 전 세계의 1200개 스타트업 기업이 자기만의 혁신 기술을 뽐냈는데, 그중에 우리 스타트업 기업이 443개로 프랑스 180개, 일본 60개, 네덜란드 60개를 압도하였다. 향후 많은 개선의 여지는 있으나 우리 기업과 정부의 다년간의 글로벌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고무적 현상이다.
올해 CES 2024의 슬로건은 ‘All Together, All On“으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난제를 모두 함께 무대에 올라 기술혁신으로 함께 해결하자는 의미이다. 이는 작년 CES 2023에서 제시된 ’모두를 위한 휴먼 시큐리티(HS4A)’와 관련이 깊다. ‘인류 안보’ 또는 ‘인간 안보’라 번역되어 의미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감이 있으나 환경, 식량, 의료, 경제, 개인 및 공동체 안전, 정치적 자유 등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7가지 분야의 큰 위험에서 인류를 구해내기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 올해는 여기에 기술 역량을 의미하는 ‘기술에의 접근’이 추가되어 8가지 분야에서 ‘인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기술혁신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CES 2024가 제시한 핵심 기술 트렌드는 CES 2024의 슬로건이 제시하는 기술혁신의 ‘목적’과 일맥상통한다. 종래의 CES가 기술혁신 자체에 주목했다면 작년부터는 기술혁신의 ‘목적’으로 관점 전환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기술혁신 자체보다 ‘무엇을 위한 기술혁신이냐’는 기술혁신의 ‘목적’, 특히 ‘인류를 위한 기술혁신’이어야 한다는 관점 전환이 올해 CES 2024의 핵심 트렌드다.
둘째로,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술이다. ‘그린’ 기술은 매년 CES의 핵심 분야로 부각되고 있는데 올해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소재 분야와 인프라 분야 혁신에 많은 혁신 기술이 제시되었다. 배터리의 탄소 배출을 25% 감축할 수 있는 그래핀 소재 등 소재 분야 혁신이 두드러졌다. 아울러 새로운 대안으로 수소 기술과 핵융합 기술도 제시되었다. 현대자동차, HD현대, 두산이 제시한 수소 기반 자동차, 선박, 가스터빈, 연료전지 등 제품과 인프라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셋째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포용적 기술이다. 장애인은 물론 노년층, 저학력층 등 신기술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을 위한 기술혁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 해라 할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방문해 주목받은 우리 스타트업 만드로의 로봇 손가락 의수, 청력이 약한 사람들의 대화를 돕는 기존 보청기와 차별화된 에실로룩소티카의 AI 기반 청각솔루션 안경 등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분야별로는 작년 모빌리티에 이어 헬스케어 분야가 CES 2024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류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AI 기술을 통해 조기 진단 및 예방을 가능하게 하는 등 더욱 지능화되고 개인화되고 있으며 장애인은 물론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전 분야에서는 TV가 AI 기반의 가정 내 지능 허브로 재정의되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자동차 중심의 육상은 물론 해상 선박, 공중 플라잉카 및 UAM 등 육해공 전체의 전동화가 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역대 최고의 전시업체가 참여하고 참관한 만큼 CES 2024를 통해 우리가 얻은 기술 트렌드, 시사점과 교훈을 면밀히 분석하여 ‘인류 안보’ 기반의 사람 중심 기술혁신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