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신한·하나 담보대출 담합 제재 촉각...시장 경쟁 저해 여부 관건
2024-01-15 09:11
공정위, 4대 은행 LTV 정보 공유 '거래조건 담합' 판단
혐의 인정시 과징금 수천억 예상...銀 "참고 차원" 주장
혐의 인정시 과징금 수천억 예상...銀 "참고 차원" 주장
1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해당 은행의 담보대출 거래조건 담합 사건 심사보고서에서 은행들이 '정보 교환'을 통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 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제한하거나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부당 공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돼 2021년 12월 30일부터 발효됐다. 이번에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하면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정보 교환이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물건별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에 필요한 세부정보들을 공유하며 거래조건을 짬짜미했다고 보고 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부동산의 종류와 지역에 따라 LTV 산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은행은 7500여개에 달하는 LTV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은행들은 매년 1∼2번 물건별 LTV를 재설정하는데 4대 은행들은 이때마다 각자의 LTV 비율과 조정 계획 등 자료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은행들의 담합으로 LTV를 높여 대출 유치에 나서기 위한 시장 경쟁이 사라졌고 그 결과 고객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실제로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지목된 은행들은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의 LTV를 유지했으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은행권은 담합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담보물에 대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부서 담당자들이 경쟁사의 거래조건을 공유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혐의가 인정되면 은행들이 담보대출로 벌어들인 이득이 상당한 만큼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담합 행위에 대해 매길 수 있는 최대 과징금 비율은 관련 매출의 20%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심의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최종 제재 여부는 공정위원 9명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서 결정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 경쟁 촉진 대책 마련’을 지시하며 본격화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분야는 민간 부문에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