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전후 '무더기 워크아웃' 중견 건설사들··· 명암 엇갈려

2024-01-14 17:54
벽산·우림 등은 워크아웃 실패 후 파산
동문·신동아건설 등 성공사례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이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됐다. 최장 4개월간의 채무상환이 유예되며 당장의 유동성 위기의 불은 껐지만, 업계에서는 워크아웃 개시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평가다. 이제 사업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간신히 뗀 것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그 과정에서 성공적인 워크아웃 졸업 대신 법정관리나 파산 등 다른 길을 걷는 사례도 많아 태영그룹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을 전후로 시공능력평가 50위 이내의 건설사 다수가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성공적으로 시장에 복귀한 사례는 많지 않다.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결국 파산하거나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법정관리로 넘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우도 있다. 

‘블루밍’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알려진 벽산건설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혹독한 구조조정 등 기업개선을 위해 노력한 끝에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나, 금융위기 직후 대규모 미분양 발생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2010년 또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후 2012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M&A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노렸지만 결국 실패하고 파산하고 말았다. 

우림건설 역시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유동성 위기 등으로 법정관리로 간 사례다. 2009년 워크아웃 당시 시공능력 54위이던 우림건설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2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매각을 추진했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해 2016년 8월 파산했다. 
 
풍림산업의 경우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2012년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1년 뒤에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했지만, 사세는 크게 기울었다. 워크아웃 당시인 2009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25위였으나 지난해 기준으로는 98위에 머물고 있다. 중앙건설과 한일건설도 마찬가지로 워크아웃 이후 법정관리를 진행해 이전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한 사례다. 
 
그러나 실패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한 건설사로는 동문건설이 대표적이다. 동문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당시 시공능력 순위는 95위 수준이었다. 고(故)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사재 478억원을 출연했고, 2019년 5월 워크아웃이 종료될 때까지 약 10년 동안 870억원을 내놓으며 회사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동문건설의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순위는 61위로 워크아웃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 60위를 기록한 신동아건설 또한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한 사례로 꼽힌다. 신동아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2010년 7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9년 만인 2019년 워크아웃을 졸업해 지금까지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수의 중견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진행했으나 경영정상화까지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며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이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도 건설사에는 녹록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한 사업장들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