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反부패 전쟁' 콕 집은 다섯가지 분야

2024-01-09 14:40
금융·국영기업·에너지·의약·인프라 프로젝트
習 "反부패 압승했지만···상황 여전히 엄중"
새해벽두 '반부패 다큐'…男축구 국대팀 단체 시청
거세지는 反부패···중국 경제 악영향 우려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향후 금융·국영기업·에너지·의약·인프라 프로젝트 분야에서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강력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8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 제3차 전체회의 연설을 통해서다.
 
習 "反부패 압승했지만···상황 여전히 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기율위원회 3차 전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 10년간 끈질기게 반부패 투쟁을 강력히 벌여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부패 투쟁의 지구전에서 단호히 승리하고 부패 처벌엔 강경해야 한다"며 "정경유착 부패를 엄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시 주석은 특히 금융·국유기업·에너지·의약·인프라 사업 등 5개 방면에서 부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중앙기율위 회의에선 당의 기율 건설 및 반부패 업무 방침을 논의한다. 회의 개최 전날 중앙기율위 국가감찰위원회는 공식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당 중앙에 협조해 '중앙반부패조율소조공작규획(2023~2027)'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금융·국유기업·의료·곡물 구매조달·농촌진흥·담배·스포츠·통계 등 분야의 안건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산업적·시스템적·지역적 부패 문제를 전문적으로 집중 단속해 시스템적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것"임을 강조했다. 
 
男축구 국대팀, 카타르서 '반부패 다큐' 단체 시청
중국은 이번 중앙기율위 3차 전체 회의에 맞춰 뇌물수수와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당사자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하는 등 새해 벽두부터 부패 척결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중앙기율위 국가감찰위원회가 CCTV와 공동 제작한 4부작 부패 척결 다큐 '지속적인 노력과 깊이있는 추진(持續發力 縱深推進)'이 6일부터 나흘에 걸쳐 방영되고 있다. 다큐는 농업·스포츠·에너지 등 사회 각계에서 이뤄지는 부패 사례를 담았다. 

7일 방영된 2부는 헤이룽장성 곡물국 간부들의 불법 뇌물수수,  보조금 탈취, 공금 남용 등의 범죄를 다뤘다. CCTV는 “특히 농업 부문의 부패 척결은 중국의 식량 안보 방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11월까지 '중국 곡물창고' 헤이룽장성에서만 모두 1011건 부패사건이 접수돼 1367명 공무원을 징계했다고 소개했다.

10일 방영되는 4부에는 두자오차이 전 중국축구협회 서기, 천쉬위안 전 축구협회장, 리톄 전 남자축구팀 감독 등 중국 축구 스포츠 업계에서 비리로 낙마한  간부들이 회개하는 모습을 담았다. 8일 중국 축구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참전을 위해 7일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 중국 남자 국가축구대표팀이 정상적인 훈련이나 활동 외에 별도로 시간을 내서 이 다큐를 단체 시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거세지는 反부패···중국 경제 악영향 우려도


중국 지도부는 올해 첫 근무일인 2일 하루에만 총 9명의 당정 관리들을 부패 혐의로 낙마시키는 등 새해 들어서도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금융·식품·의료·반도체·스포츠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대대적으로 반부패 작업을 벌였다. 중앙기율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국 공산당에서 부패 등 문제로 낙마한 차관급 이상 전·현직 고위 간부의 수는 모두 45명에 달해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첫해였던 만큼 당정 차원에서 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이 한층 더 강화된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진핑 지도부가 집권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00만명의 관료·당원이 무겁게는 직권 남용, 가볍게는 관료·형식주의 등의 혐의로 처벌됐다. 부패와의 전쟁 초기인 2013년만 해도 약 18만명이 기율 위반 혐의로 처벌됐는데, 2018년에는 그 숫자가 무려 62만1000명으로 늘었다. 2017년부터는 매년 최소 50만명이 기율 위반으로 처벌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진핑 지도부 이전인 2002~2012년의 평균치보다 약 4배 늘어난 것이다. 

WSJ은 "부패와의 전쟁을 내세운 시 주석의 '공포 정치'가 미래 지향적인 토론을 막고 단호한 리더십을 억제해 관료사회에 우유부단함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특히 관료들의 소극적인 행동이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