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개막부터 '왁자지껄'…PGA 투어 하와이 첫 대회서는 무슨 일이?
2024-01-08 17:30
스포츠가 끓어오르는 100℃
휴전 시작한 美-사우디 골프 전쟁
LIV 이적 람은 마우이서 휴가 中
데이·파울러는 옷으로 관심 끌어
韓 선수 선전…인간 승리 커크 우승
휴전 시작한 美-사우디 골프 전쟁
LIV 이적 람은 마우이서 휴가 中
데이·파울러는 옷으로 관심 끌어
韓 선수 선전…인간 승리 커크 우승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다. 올해(2024년)부터는 2년에 걸친 시즌이 아니라 단일 시즌이다. 매년 이맘때쯤 열리던 더 센트리(총상금 2000만 달러)는 자연스럽게 개막전이 됐다.
선택받은 PGA 투어 선수 59명은 출전을 위해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 앳 카팔루아(파73)로 향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다.
대회 전 출전 선수들은 미국과 유럽 기자들과 프로암 라운드를 했다. 이 자리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서인지 PGA 투어의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왁자지껄하다. 하와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알아보기로 한다.
휴전 시작한 미국과 사우디 골프 전쟁
프로암 종료 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단상 위에 오른 사람은 북아일랜드의 로리 맥길로이. 맥길로이는 PGA 투어를 옹호하는 측이다. 그레그 노먼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이하 LIV 골프) 커미셔너와 갑론을박을 벌였다. 최근 맥길로이는 "LIV 골프가 지구상에서 골프를 치는 마지막 장소라면 나는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죽어도 싫다는 뜻이다.그랬던 그가 최근 경계심을 풀었다. 첫째 이유는 PGA 투어를 대변하는 전략스포츠그룹(SSG)과 LIV 골프를 후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간의 새 법인 협상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PIF는 PGA 투어를 후원한다. 둘째 이유는 함께 PGA 투어를 옹호했던 스페인 욘 람의 LIV 골프 이적이다. 영국 한 매체에 따르면 람은 최고 대우를 받고 LIV 골프로 이적했다.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줄 알았던 맥길로이는 오히려 람을 칭찬했다. "현명한 사업적 움직임"이라면서다. 그러더니 "LIV 골프로 이적한 사람들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비판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프로로 전향했다. 결정을 내린 사람들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매길로이의 발언에 LIV 골프 소속 필 미컬슨이 가장 먼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응을 보였다. 미컬슨은 "쉽지 않은 언급이었을 것이다. 긍정적인 미래를 향해 노력해야 할 때다. 서로를 향해 불필요한 경멸이 없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어 노먼 커미셔너는 "맥길로이의 발언에 감사한다. 그동안 고통스러웠다.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PGA 투어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매킬로이의 말을 인용하며 "PGA 투어는 다른 사람들에게 '악당들'이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두 달 후에 거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LIV 골프로 이적한 디펜딩 챔피언, 마우이서 휴가 중?
더 센트리 디펜딩 챔피언은 LIV 골프로 이적한 람이다. 람은 이적과 동시에 PGA 투어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더 센트리에 출전할 수 없는 람이 대회장 인근에서 서성이고 있다.미국 AP의 더그 퍼거슨에 따르면 람은 대회 기간 중 카팔루아 해변에 위치한 최고급 리조트에서 숙박했다. 그는 이곳에서 PGA 투어 선수들과 몇몇 스페인 선수들을 만났다.
디펜딩 챔피언, 그것도 지난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의 부재는 PGA 투어에 타격을 안겼다.
옷으로 관심 끈 제이슨 데이와 리키 파울러
개막전에서는 언제나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비시즌 계약에 따라 후원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호주의 제이슨 데이다. 나이키의 후원을 받던 데이는 말본을 입고 나왔다. 말본과 계약한 첫 선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본으로 치장했다. 처음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회가 시작되니 관심도가 급증했다.
그가 입을 옷 때문이다. 남색 티셔츠, 남색 모자에 짙은 남색 바지를 입었다. 바지는 펑퍼짐했다. 한 무늬가 바지 곳곳에 새겨졌다. 신발은 흰색과 녹색, 헤드 커버는 검은색 말본이다.
PGA 투어 라이브 해설자는 "바지가 너무 헐렁하다. 티셔츠도 마찬가지. 소매가 크다. 사라진 흰색 벨트도 차고 있다. 패션 추세는 언제나 다시 돌아온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옷으로 관심을 끈 다른 선수는 미국의 리키 파울러다. 파울러는 두 후원사(파머스 인슈어런스, 로켓 모기지) 로고를 제외한 경기복을 입었다. 이는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파울러가 두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만들었다고 내다봤다. 모자는 'L'을 썼다. 퓨마의 'P'가 아니다. 'L'은 LIV 골프가 아닌 마우이 산불로 피해를 라하이나 마을을 위함이었다.
최다 출전한 한국 선수들, 개막부터 선전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 4명(김시우, 김주형, 안병훈, 임성재)이 출전했다. 역대 최다 출전이다. 나흘 내내 대회 선두 그룹에는 언제나 한국 선수의 이름이 있었다. 임성재와 안병훈이 날마다 선두를 넘봤다.두 선수는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상위 10위 안착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안병훈은 마지막(18번) 홀 버디로 26언더파 266타 4위, 임성재는 25언더파 267타 5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는 최종 합계 20언더파 272타 공동 25위, 김주형은 14언더파 278타 공동 45위다.
김주형은 이날 14번 홀 티잉 구역에서 드라이버를 쥐고 단박에 그린을 공략했다. 날아간 공은 깃대와 18피트(약 5m) 거리에 멈췄다. 퍼터를 쥐고 굴린 공이 부드럽게 들어갔다. 새해 첫 이글로 다음 대회를 기대하게 했다.
시즌 첫 대회 우승은 인간 승리 크리스 커크
이날(8일·한국시간) 최종 4라운드 미국의 사히스 티갈라가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낚아 10언더파 63타를 기록하며 왕좌를 노렸다.뒤늦게 출발한 커크는 흔들리지 않았다. 3번 홀 첫 버디로 출발하더니 5번 홀부터 7번 홀까지 3홀 거푸 버디를 낚았다. 9번 홀과 11번 홀, 15번 홀, 17번 홀 버디를 추가했다. 18번 홀은 파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29언더파 263타다. 2위인 티갈라와는 1타 차, 3위인 미국의 조던 스피스(27언더파 265타)와는 2타 차 우승이다. 커크는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47억2000만원)와 페덱스컵 포인트 700점을 받았다.
커크는 최근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2월 혼다 클래식 우승은 '인간 승리'로 평가받았다. 이번 우승은 10개월 만이다. 통산 6번째 우승으로 술과 우울감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