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BOE 올해 '마이크로 LED' 뛰어드는데…삼성·LG, '시장 미형성'에 고민 깊다

2024-01-07 10:19
BOE 9월 양산 체제 갖춰, 12월 가동…애플워치 등 탑재에 2~3년 내 시장 커지나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미래 신시장 ‘마이크로 LED’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연내 자국에서 마이크로 LED 신공장을 가동하면서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한국 기업이 머뭇거리는 사이 규모의 경제로 격차를 벌리려는 전략이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다시 한번 중국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중국 LED 기업인 HC 세미텍과 협력해 중국 주하이 진완구에 신공장을 짓고 있다. 총 3단계로 나눠 투자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르면 올해 9월 1단계를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갖춘다. 설비 테스트 등을 거쳐 12월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시작한다.
 
해당 공장은 향후 BOE의 마이크로 LED 사업을 위한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모든 투자가 완료되면 연간 기준 마이크로 LED 웨이퍼 5만8800장, 마이크로 LED 픽셀 소자 4만5000개를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다.
 
특히 이번 신공장 투자는 미래 먹거리가 될 마이크로 LED에 대한 시장 선점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HC 세미텍에 대한 단순 자금 지원과 전략적 협력에서 더 나아가 회사를 인수한 점도 이러한 의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사실상 마이크로 LED에 대한 자체 생산 체계 준비를 마친 것이다. 마이크로 LED는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과 달리 일부 분야에서 웨이퍼를 기반으로 해 반도체 기업과 협력이 필수다.
 
HC 세미텍은 지난해 BOE가 지분 인수를 통해 대주주에 오르며 사실상 BOE의 전략하에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0월 ‘BOE HC 세미텍’으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BOE가 마이크로 LED에 주력하고 나선 데는 신성장 분야라는 배경이 자리한다. 마이크로 LED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뛰어넘는 신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으로 픽셀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1m) 이하로 굉장히 작다. OLED와 달리 번인(잔상) 현상도 없는 등 기술적 장점이 명확하다.
 
문제는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마이크로 LED는 까다로운 생산 기술 등 때문에 높은 가격대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아직 대중화하기에는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예컨대 마이크로 LED TV는 시장이 형성되긴 했지만, 한 대당 기본 1억원 단위로 연간 판매량은 1000대도 안 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아직 마이크로 LED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사는 일부 마이크로 LED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예상되는 투자금 대비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이 크게 미달해 아직 생산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기존 TV 외에도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등까지 마이크로 LED 시장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BOE가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애플은 향후 2~3년 내 마이크로 LED를 탑재한 애플워치를 출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마이크로 LED는 너무 비싸기도 하고, AR 등의 경우에는 기술 연구·개발(R&D)도 이뤄지고 있는 차세대 분야”라며 “현재는 중국이나 대만 기업들이 TV 쪽 마이크로 LED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