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공정위, 넥슨에 게임사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업계 파장 클 전망

2024-01-03 15:00
과징금 116억원…전자상거래법·게임업계 과징금 부과 사례 중 역대 최고액
이용자 공지 없이 아이템 확률 낮춰…"가장 중요한 상품 정보 알리지 않아"
넥슨·게이머 간 소송에도 영향 미칠듯…게임사 확률형 아이템 BM에도 타격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넥슨 사옥의 모습. [사진=넥슨]
공정거래위원회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넥슨코리아(넥슨)에 11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자상거래법을 통한 과징금 부과 사례 중 역대 최대이고, 게임업계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사례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높은 액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넥슨이 PC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누락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메이플스토리에 2010년부터 도입된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문제삼았다.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상품이다. 캐릭터의 장비를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큐브를 통해 설정할 수 있는데, 넥슨이 공지 없이 게이머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인기 옵션이 나올 확률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보보보'·'방방방' 등 이용자 선호도가 매우 높은 특정 중복 옵션이 아예 나오지 않도록 조정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 2021년 전말이 알려지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116억원의 과징금은 공정위가 게임업체의 이용자 기만행위에 대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다. 넥슨이 해당 행위를 통해 이용자를 기만한 기간이 지난 201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로 길었고, '큐브' 아이템이 게임 내 핵심 상품으로 이로 인한 매출액이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더욱이 넥슨은 지난 2018년에도 '서든어택' 내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허위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9억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 위반이라 처벌이 가중됐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브리핑에서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 정보는 확률로, 무형의 디지털 재화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절대 이를 알 수가 없다"며 "넥슨의 행위는 소비자 선택 결정의 중요한 사항을 누락해 알리거나 거짓으로 알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넥슨이 법 위반 기간 동안 약관에 따라 449회에 걸쳐 사소한 게임 관련 변경 사항을 공지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확률 변경 내용만은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메이플스토리 내 장비에 '큐브' 효과가 적용될 경우 장비에 추가되는 각종 효과들의 모습.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번 조치의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넥슨과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가 큐브 아이템 구매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2심에서 원고가 반환 청구한 금액의 5%(약 57만원)에 대한 배상 결정이 나오면서 일부 뒤집혔다. 넥슨이 상고해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가 넥슨의 이용자 기만행위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는데, 이는 2심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한 요인과 맞닿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국내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중심 비즈니스 모델(BM)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2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그간 자율규제로 진행됐던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가 법으로 강제될 예정이다. 더욱이 공정위는 앞으로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거짓·과장·기만적인 행위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이에 이미 상당수 게임사들이 배틀패스 등 대안 BM을 도입하고 있다.

넥슨은 이번 과징금 처분으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PC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에 이어 올해 '더 파이널스'까지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했고, 확률형 아이템 BM에서 탈피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되면서 이미지 실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넥슨 측은 "이용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공개에 대한 고지 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로 현재의 서비스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지정한 법 위반 기간은 2021년까지이지만, 넥슨은 이용자 공지 없이 확률을 낮춘 마지막 시점이 2016년 1월이라는 점을 들어 2016년을 기준으로 잡았다. 그러면서 "공정위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심사 과정에서 저희의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다"며 향후 이의신청이나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